검은 표범 여인 / 문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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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4회 작성일 18-11-26 09:33본문
검은 표범 여인
문혜진
낯선 여행지에서 어깨에 표범 문신을 한 소년을 따라가 하루 종일 뒹굴고 싶어
가장 추운 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섹스를 나누다 프러시아의 스킨헤드에게 끌려가
두들겨 맞아도 좋겠어 우리는 무엇이든 공모하기를 좋아했고 서로의 방에 들어가
마음껏 놀았다 무례함을 즐기며 인스턴트 커피와 기타의 선율 어떻게 하면 인생을
망칠 수 있을까 골몰하며 야생의 경전을 둘러보았지 그러나 지금은 이산의 계절
우리는 춥고 쉬 지치며 더, 더, 더, 젊음을 질투하지 하지만 네가 잠든 사이 나는
허물을 벗고 스모키 화장을 지우고 발톱을 세워 가터벨트를 푼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하이힐 벗어 던지고 사로잡힌 자의 눈빛으로 검은 표범의 거처에 스며들거야
단단한 근육을 덮은 윤기 흐르는 검은 밸벳 흑단의 전율이 폭발할 때까지 이제
동굴보다 깊은 잠을 자야지 도마뱀자리 운명, 진짜 내 목소리를 들려줄까?
―문혜진 시집 『검은 표범 여인』(민음사, 2007)에서
1976년 경북 김천 출생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와 한양대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8년 《문학사상 》 등단
시집 『질 나쁜 연애』 『검은 표범 여인』 『혜성의 냄새』 등
제26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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