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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망월 / 성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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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4회 작성일 18-12-03 09:48

본문

삭망월

 

 성동혁

 

이처럼 비가 맹금류처럼 떨어지면

이처럼 비가 맹금류처럼 숲의 폐를 부러뜨리면

모든 생물의 눈동자가 하현달처럼 반만 빛나면

 

나는 고체로 둘러싸인 액체인데

액체는 어찌 알고 맹금류처럼 살을 뜯는가

종종 액체는 고체보다 세서

나는 어찌할 수 없이 뚫렸다

그러나 종종 기체는 액체보다 강하여

나는 기도했다 신은

기체일 것이다

작년엔 한번만 잡혀 달라고 기도했는데 그는 손잡아 주지 않았다

 

이처럼 비가 맹금류처럼 떨어지면

이처럼 비가 맹금류처럼 숲의 폐를 부러뜨리면

어떠한 숨이 하현달처럼 반만 오르면

 

기슭의 입구에 누군가 죽은 양을 묶어 놓고 갔다

손을 가라앉히고

흰 털을 끌어내버렸다

나는 비보다 빠른 적 없다

피를 맞으며

검게 젖고 있었다

검은 고체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검은 숲 대신

 

 ⸺계간 《시와 사상2018년 여름호





1985년 서울 출생.
2011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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