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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리듬 / 홍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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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656회 작성일 17-12-04 10:17

본문

 

당신의 리듬

 

   홍일표

 

 

누가 나를 여기에 구겨 넣었나

얼음 속에 박힌 버드나무처럼

빼도 박도 못하는

팔의 형식

다리의 형식

어쩌다 여기서 나는

 

꽃병 속의 꽃처럼

요지부동의 리듬

리듬의 시녀

 

배도 안 고프고

두 다리 멀쩡한데

나는 밥을 먹어야 하고

다리 없는 사람처럼 착석해야 하고

벌써 몇백 년째

뼈가 기억하는 두꺼운 외투

점점 무거워지는 지루한 외투

 

살도 벗고

당신도 벗고

당신의 웃음도 벗고

사방으로 번지는 천연의 물결무늬처럼

오직 삭발한 머리통으로 부서지고 싶은

 

편육 속에 박힌 팔다리

단호하게 깨지지도 않고 흐물흐물 물컹거리다 사각으로 잘리는

 

누가 나를 여기에 차가운 빗돌로 세웠나

리듬도 박자도 없이 저무는 오후가 되었나

 

 


  —《시와 표현》2017년 2월호

 

 

 

1958년 출생
1988년 《심상 》신인상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안개, 그 사랑법 』『순환선 』『혼자 가는 길 』『살바도르 달리風의 낮달』.
산문집 『 죽사발 웃음 밥사발 눈물』, 민담집 『 산을 잡아 오너라』
『닭을 빌려타고 가지 』『매혹의 지도』『밀서』,평설집 『홀림의 풍경들』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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