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돌아갈 수 있다 / 이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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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06회 작성일 18-01-05 09:53본문
바람이 불면 돌아갈 수 있다
이일림
바람이 불면 돌아갈 수 있다
철제다리 위 비에 젖은 낙엽들, 짓이겨진 것도 있고 아직 깔깔한 가을꽃도
있다 이대로는
아무리 땅과 가까이 있다 해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자연이 될 수 없어
슬픈 뒤태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 것이다 바람이 아니 불 리 없고 저 계곡 끝까지의
바람이 아니 길리 없다 바람이 불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옛날 어느 고승이 오르던 길, 누구는 봉황이 날아 앉은 자리다 하고
혹자는 부처의 소리가 들렸던 자리다 하여도 율사는 최고 높은 곳보다 가장
낮아질 때의 가장 높은 곳을 보았을 것이다
봉정암 오르는 길 추적추적 일박 이일, 잃어버린 신발 주인은 잊어버린
자신을 찾아 맨발로 내려갔다가 잊어버린 통속(通俗)을 찾으러 다시 올
것인가 주인 아닌 주인임을 알았듯이
가을바람이 불다 빙벽에 막혔던 이 바람길은 하늘 아래 무한하게 펼쳐진
마음의 울긋불긋한 멍석이어서 천변 에돌던 나도
바람이 불면 돌아올 수 있다
- 월간 《시인동네》 2017.11월호에서
경남 고성 출생
창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8년 『시인동네』 신인상 수상
시집 『비의 요일은 지났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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