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 따뜻한 / 류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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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38회 작성일 18-01-15 14:32본문
문득, 이 따뜻한
류현승
유칼립투스는 가지도 넓어
나무그림자 안에 숨은 그림자 날숨은 길어
혀에 밀린 단발 명령어에 투명비닐 옷 입은 원숭이가
네가 원하면, 내가 원하면
떼 알로 뭉친 어둠을 물고 할퀴다
바람 부는 곳으로 줄을 탄다
아침신문에 아포리즘을 갈아 낸 부조리 몇 홉쯤이야
이타의 섬 그늘아래 탄 누룽지 같은 암세포쯤이야
눈 앙금 길을 지나 온 여름 슬러시 같은 거라고 한 개비
그녀의 봄은 백목련 꽃등이 개흙바닥을 탁본하는 거라
뜬금없는 종결을 하고
저, 절대가 긁어 준 개운한 손치레라고 한 개비
휴직(休職)의 바깥
유리벽을 뚫은 도대체 알 수 없는 아찔한 굴성이
골조만 있는 계단을 오르다
나이 탓에 '나는 아니라고, 안 된다.'고 하는 말에
머리 풀고 발달하는 우울
발을 뗄 때 누가 와서, 디딜 때 떠밀었다고
포효하는 페르소나와 넌출진 이기의 화해 시간
서로에게 건네는 한 개비
유칼립투스는 키도 넓어
잎사귀 끝으로 흐르는 문득, 이 따뜻한
독거(獨居)의 香 한 개비
- 계간 《시산맥》 2014 여름호
2006년 《시안》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토우와 낡은 시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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