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나무들의 새벽 / 정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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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27회 작성일 18-02-19 10:04본문
붉은 나무들의 새벽
정용화
외로움은 등이 슬픈 짐승이라서
작은 어둠에도 쉽게 들킨다
계절을 짊어지고 나무들이 온다 겨울은 살짝만 기대도 쉽게 무너지는 마음이라 오래 켜 둔 슬픔 위로 폭설이 쌓인다 네가 건조한 바람으로 불어올 때 창문은 피폐해진 마음들의 거처, 새벽노을이 드리운 나무들은 서서히 붉게 물들고 창 위로 서린 시간의 두께만큼 오늘은 흔들린다
창 위에 적은 이름처럼 사라져가는 안부들
나무들은 어둠에 뿌리 내리고 빛을 향해 나간다 바다를 건너서 북쪽으로 향하면 얼음과 죽은 자들의 나라가 있다는데, 그 입구를 지키고 있는 짐승은 노을로 물들여진 가슴이 언제나 붉다
고독한 몸이 보내오는 눈빛에서는
오래 짓무른 어둠의 냄새가 난다
몸 속에 그늘을 새기는 방식으로, 매일 복용해야 하는 일정량의 고독과 슬픔이 있어 나무는 스며든 간밤의 흔적을 나이테로 새겨 놓는다 새벽을 견디고 있는 이름들의 빛으로 나무들은 못 다 쓴 계절들을 천천히 옮겨 적는 중이다
- 제2회 시산맥 <시여. 눈을 감아라> 공모전 당선작
1961년 충북 충주 출생
동국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2001년 <시문학>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흔들리는 것은 바람보다 약하다 』『 바깥에 갇히다』『나선형의 저녁』
2012년 수주문학상 수상
2017년 시산맥 <시여 눈을 감아라> 공모전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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