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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카손의 밤에 쓴 엽서 / 박소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76회 작성일 18-06-25 08:53

본문

카리카손의 밤에 쓴 엽서

 

      박소원

   

이곳에서는

내 식으로

창을 낼깨요

 

당신과 나

단둘이

 

남향南向

방 하나씩

차지 하지요

 

북향北向

작은 벽난로를 두고

장작하나씩

집어넣어

우리의 화기火氣를 조절해요

안락의자 두 개 놓인

거실에는

커튼도 달지 않을래요

 

잠든 시간

깨어 있는 시간

구분하지 말고

정원의 새 소리를 들어요

 

아프게 서로

짓찧었던 부위마다

붉은 약 발라주며

미안하다

후후 서로 용서

하기로 해요

 

한 사람이

죽으면

다른 한 사람이

나중

죽을때까지

 

소식小食하는

당신 식성을 따라 

채식菜食으로

아침을 차릴깨요

 

천천히 그렇게

손 잡고

마침내는 함께 죽어요

 

중천에

환하게 뜬 달

마당 한가운데 

연못에 걸려

멈추어 있는

이곳은

프랑스 남부의

카리카손이예요

 

소박하지만

예의가 바른

뭇 사람들이

돕고 사는 마을

 

따사로운 햇빛 한 오라기

어깨에 걸치고

바람소리

환하게 들리는

우리의 출생지出生地같은

이 마을 곳 곳 

동네 길을 다 걸어서

 

길 끝까지 걸어서

마을 뒷길

수많은 텃밭 중

가장 경사진 땅 몇 평쯤

세를 얻을깨요

 

두렁마다

을 바꾸어

씨를 뿌려요

치커리,당근, 방울토마토

상추,열무,배추따위를

절기에 따라

푸릇 푸릇

솎아 내는 일

 

새벽잠 줄이고

뒤늦은 농사법

천천히 배워갈까요?

 

나의 초대를

, 수락해 주세요

 

이 엽서를

받을 수 있는

주소를

부디, 내게 보내주세요

 

 


박소원시인.jpg


2004문학.으로 등단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및 경희사이버대 졸업, 단국대 박사과정 수료

시집으로 슬픔만큼 따뜻한 기억이 있을까』『취호공원에서 쓴 엽서

한중시집으로 수식곡성:울음을 손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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