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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비화 / 허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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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0회 작성일 18-09-05 09:06

본문

도라지꽃 비화

 

    허영숙

 

 

박 씨의 농장에는 개가 네 마리 있다

암컷 한 마리에 수컷 두 마리

술 먹으면 개만도 못해 아내에게 개취급 받는 박 씨까지

 

수컷 한 마리는 과묵하지만 한번 덤비면 진짜 개 같은데

개소리만 크지 개 같지 않은 놈도 있어

개 같은 놈 눈치 바깥을 맴돌기만 하다가

암내를 맡으려고 할 때만큼은

개 같지 않은 놈도 개 같은 놈에게 달려들곤 했다

 

그래도 생일이라

동동주로 남편을 또 개로 만든 아내

거르고 난 술지게미가 아까워

개 같거나 개 같지 않거나 개는 개니까

개들에게 골고루 나눠 준 것이 문제

 

취한 수컷 두 마리가 앙칼지게 물어뜯고

싸우다가, 개 같은 놈은 지쳐 잠들고

개 같지 않은 놈은 비틀비틀

높이가 있는 도랑에 떨어져 피 흘리며 기절한 것이 답

 

비몽사몽 취해 개보다 더 개가 된 박씨

개가 죽은 줄 알고

그만,

구덩이에 개를 파고 산을 묻어버리고

 

취한 뒷산은 도라지꽃을 울컥울컥 뱉어내고

 



 

2006년 시안》으로 등단

2018년 <전북도민일보>소설부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바코드』『뭉클한 구름』등

2016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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