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거리 /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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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65회 작성일 18-09-06 08:57본문
흐르는 거리
윤동주
으스럼히 안개가 흐른다. 거리가 흘러간다. 저 전차, 자동차, 모든 바퀴가 어디로 흘리워 가는
것일까? 정박할 아무 항구도 없이, 가련한 많은 사람을 싣고서, 안개 속에 잠긴 거리는,
거리 모퉁이 붉은 포스트상자를 붙잡고 섰을라면 모든 것이 흐르는 속에 어렴풋이 빛나는 가로등,
꺼지지 않는 것은 무슨 상징일까? 사랑하는 동무 박(朴)이여! 그리고 김(金)이여! 자네들은 지금 어디있는가? 끝없이 안개가 흐르는데,
‘새로운 날 아침 우리 다시 정답게 손목을 잡아보세‘ 몇 자 적어 포스트 속에 떨어트리고, 밤을 새워
기다리면 금휘장에 금단추를 채우고 거인처럼 찬란히 나타나는 배달부, 아침과 함께 즐거운 내림(來臨),
이 밤은 하염없이 안개가 흐른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 초판본, 1955)에서
1917년 출생(1945년 사망)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활동
1941년 연희전문학교 졸업
(항일운동중 체포되어 광복을 앞둔 1945년 2월 일본 형무소에서 생을 마침)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
*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41년에 자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하였으나 실패하고, 자필로 3부를 남긴 것이 광복 후에 다른 유고와 함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 1948)라는 제목으로 간행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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