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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에서 저녁까지 / 엄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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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9회 작성일 18-10-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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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에서 저녁까지

   ―진주성에서

 

      엄원태

  

 

1

저 바람에는

묵은 서책 냄새가 배어 있다

 

마음이란 물결은 또 몇 겁을 흘렀던가

 

봉두난발, 저 연둣빛 잎, 잎들

 

죽은 이들의 위패는 오래 낡아가지만

소나무는 구부러져 비로소 자리를 잡고

마삭줄 덩굴은 제 몸을 태우고서도 다시 벽을 타고 일어선다

 

기껏 한 생에 지나지 않을 기억 몇 점,

서늘히 내다 말리는 강변의 늦은 오후

 

2

석류꽃 떨어진 그늘에서

잃어버린, 청춘의 오롯함을 보네

 

다홍 오간자 겹치마 같은 꽃잎 조각들

바스러져서도 차마 붉은

지레 늙은, 상처의 날들 들여다보네

 

언제 한 번 활짝 펴 본 적 있냐고

제대로 반짝, 빛나던 시절 있었냐고

 

날은 하마 저물고,

생은 적멸까지도 이토록 아름답구나


계간 시산맥2018년 가을호

 

 

엄원태.jpg

 

1955년 대구 출생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박사)

1990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침엽수림에서』 『소읍에 대한 보고

물방울 무덤』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1회 대구시인협회상, 22회 금복문화상, 15회 백석문학상,

2회 발견문학상, 18회 김달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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