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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른 척해야 할 몇 가지 /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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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61회 작성일 15-08-10 09:55

본문

우리가 모른 척해야 할 몇 가지


이병률


 

1

처음엔 지워버리려고도 처음처럼 살리려고도 하였지요

이렇게라도 조금은 알게 되겠네요

신발을 뒤집어 놓는 것으로

내가 사라지려는 것 고백하겠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해주세요

참을 수 없어서 피었다 꽃도 그리 얼른 접는다지요

찾을 수는 없지만 갚을 수는 있어요

내일이 마중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서요

낯선 길이라면 누가 마중을 나오느냐에 따라

그 이후의 모든 길은 달라지지요

사라지는 그 길에 마중을 나오는 사람은 없겠지요


2

당신 사라지고 당신 주변사람들은

당신의 기물 앞에 앉아

당신의 비밀번호를 조합해나가기 시작합니다

노트북의 비밀번호를 찾는 사람들은 당신 생일부터 떠올립니다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도출해야 하는 동료들은

당신의 배후를 관심 있어 합니다

통장과 카드의 비밀번호를 더듬는 가족들은

당신이 했던 말들의 내력을 곱씹습니다

어쩌면 비밀번호에 바퀴를 달았다고도 생각합니다

미래는 잠겨 있습니까 라고 묻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사라지자 지구 전체가 조각을 맞추기 시작합니다


3

우리가 좋았던 날은 말입니다

다 말하기로 한 그날의 어제였습니다

그날은 그래 그런지 얼음도 녹아내리고

그런 틈을 타 하나둘 물결을 타넘었드랬습니다

어찌 그렇게 울퉁불퉁 쏟아지는 햇빛도 없이

어떤 보장도 없이 밀착되었는지요

자리를 비울 때도 전화기 비밀번호를 슬쩍 어림으로 눌러보면서

비밀이 깊숙이 가리키는 쪽은 어디 바다일까 생각했습니다

서로의 집 비밀번호를 나눠가지면서 우리는 상해갔습니다

우리에게 그래도 좋았던 날은 말입니다

절정의 기미 조금도 없는

비밀하고도 덧문 하나쯤 걸어두었던 다음 날의 감정이었습니다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예전 문창과 졸업/파리 영화학교 ESEC 수료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당선
시힘 동인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산문집 『끌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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