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른 척해야 할 몇 가지 / 이병률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모른 척해야 할 몇 가지 / 이병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60회 작성일 15-08-10 09:55

본문

우리가 모른 척해야 할 몇 가지


이병률


 

1

처음엔 지워버리려고도 처음처럼 살리려고도 하였지요

이렇게라도 조금은 알게 되겠네요

신발을 뒤집어 놓는 것으로

내가 사라지려는 것 고백하겠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해주세요

참을 수 없어서 피었다 꽃도 그리 얼른 접는다지요

찾을 수는 없지만 갚을 수는 있어요

내일이 마중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서요

낯선 길이라면 누가 마중을 나오느냐에 따라

그 이후의 모든 길은 달라지지요

사라지는 그 길에 마중을 나오는 사람은 없겠지요


2

당신 사라지고 당신 주변사람들은

당신의 기물 앞에 앉아

당신의 비밀번호를 조합해나가기 시작합니다

노트북의 비밀번호를 찾는 사람들은 당신 생일부터 떠올립니다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도출해야 하는 동료들은

당신의 배후를 관심 있어 합니다

통장과 카드의 비밀번호를 더듬는 가족들은

당신이 했던 말들의 내력을 곱씹습니다

어쩌면 비밀번호에 바퀴를 달았다고도 생각합니다

미래는 잠겨 있습니까 라고 묻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사라지자 지구 전체가 조각을 맞추기 시작합니다


3

우리가 좋았던 날은 말입니다

다 말하기로 한 그날의 어제였습니다

그날은 그래 그런지 얼음도 녹아내리고

그런 틈을 타 하나둘 물결을 타넘었드랬습니다

어찌 그렇게 울퉁불퉁 쏟아지는 햇빛도 없이

어떤 보장도 없이 밀착되었는지요

자리를 비울 때도 전화기 비밀번호를 슬쩍 어림으로 눌러보면서

비밀이 깊숙이 가리키는 쪽은 어디 바다일까 생각했습니다

서로의 집 비밀번호를 나눠가지면서 우리는 상해갔습니다

우리에게 그래도 좋았던 날은 말입니다

절정의 기미 조금도 없는

비밀하고도 덧문 하나쯤 걸어두었던 다음 날의 감정이었습니다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예전 문창과 졸업/파리 영화학교 ESEC 수료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당선
시힘 동인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산문집 『끌림』 등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69건 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352 2 07-19
31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22 0 11-25
31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47 0 12-29
31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02 4 07-09
31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42 0 08-22
31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54 2 07-22
31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43 1 07-07
31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85 0 01-18
31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60 1 07-09
31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67 1 09-11
31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58 1 07-10
31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11 0 08-08
31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71 2 07-07
31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39 1 07-14
31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15 1 07-15
31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41 0 03-07
31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88 0 09-22
31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53 0 12-09
31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2 1 08-24
31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61 1 07-13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61 1 08-10
31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1 0 09-22
31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22 0 07-25
31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93 2 07-22
31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76 2 08-17
31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67 0 09-25
31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61 2 07-24
31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9 3 07-17
31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99 0 06-03
31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74 2 07-23
31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57 1 08-10
31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1 0 10-02
31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4 1 08-21
31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13 2 07-24
31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82 2 09-21
31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73 1 08-28
31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45 1 08-26
31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2 2 07-15
31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17 2 07-28
31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9 2 07-17
31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9 0 02-15
31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99 0 12-16
31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9 0 02-29
31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69 1 09-03
31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65 0 12-10
31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0 1 07-14
31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0 1 07-10
31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1 1 08-20
31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1 1 09-10
31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0 1 08-2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