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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홈페이지 / 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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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00회 작성일 15-08-17 10:23

본문

숲의 홈페이지

 

박지우

 

 

쉼표도 없이 뭐든지 팔고 사는 자본주의 도시에서

나무 벤치에 앉았던 늙은 낙타들은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절망은 가끔 홀로 저녁을 먹는 것

영혼조차 팔아버리는 도시에서는

타인에게 아픔을 장식하기도 하지요

 

세상에서 비는 그냥 물로 읽히지만

숲에서는 나무들의 피로 읽히지요

 

저기 걸어 다니는 나무들 좀 보세요

내 안에는 길이 없는데

도시를 떠도는 나무들이 자꾸만 젖은 손을 내밀어요

 

초록채반에 쌓인 나무들의 이야기를 클릭해요

이 비가 그치면 숲은

커다란 그늘을 벗기 위해 제 몸을 버릴 거예요

 

가을을 떨이한 계절은

곧 신상품을 만들어 내놓겠지요

사람들은 또 다른 계절을 구매하기 위해 클릭을 하고

숲은 저 혼자 긴 어둠을 건너요



  

parkjiwoo-140.jpg

 

충북 옥천 출생
2009년 《시선》 신인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2014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단
시시동인으로 활동
시집 『롤리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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