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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 구겨진 집 외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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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720회 작성일 18-07-0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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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시인을 7월의 초대시인으로 모십니다.

 

김윤환 시인은 1989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그릇에 대한 기억』 『까띠뿌난에서 만난 예수사화집 창에 걸린 예수이야기

시흥, 그 염생습지로』 『이름의 풍장등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또한 논저로 한국현대시의 종교적 상상력 연구로 범정학술상을 수상했고,

박목월시에 나타난 모성하나님등이 있습니다.

 

또한 20187, ‘구겨진 집10편으로 나혜석 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의 시와 함께 시원한 여름을 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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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나혜석문학상 (우수상) 수상작품]

 

구겨진 집10/ 김윤환

 

 

구겨진 채 여러 대()를 살아 온 집이 있었다

마당 귀퉁이 마다 빈한(貧寒)한 풀꽃이 피고

해마다 알맹이가 서툰 앵두가 자라고 있었다

할배는 새벽마다 헛기침으로 새들을 깨우고

어매는 식은 다리미에 숯을 넣곤 했다

얕은 처마 밑에 고인 그늘에는 타다만

숯덩이 다리미가 식솔들의 가슴을 다렸지만

화상(火傷)만이 눌러 붙어 주름이 더 짙곤 했다

 

안개 사이로 햇살이 길을 만들 무렵

구겨진 집은 주름이 깊었지만

먼저 길을 떠난 아버지의 발소리가

젖은 마당을 다림질 하고 있었다

식은 채로, 숨죽인 채로

어매는 오래된 집에 연신 다림질을 했었다

 

제비꽃이 여러 번 피고 지는 동안

할배와 아비와 어미는 주름진 집을 떠나고

아이의 눈에는 그들이 남긴 눈망울이

마당을 하얗게 펴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늘과 마당이 하나가 되는 것을 보았다

하얗게 펼쳐진 집을 보았다




소금꽃이 피는 자리

 

 

  소금의 씨앗이 바다로부터 오는 것을 알았던 할배는 바다가 들어 올 때 마다 그물 대신

뻘흙을 퍼다가 그녀의 출구를 막곤 했지 갇힌 채 야위어 가던 바다, 일몰이 올 때까지

타들어가던 바다, 어둠이 검은 입을 열고 그를 향해 속삭였지 이제 너는 할배의 첩이 되었어

더 이상 너는 바다가 아니야, 염전(鹽田)에 염천(炎天)이 오면 바다의 씨들은 전설처럼

하얗게 피어나고 할배는 그 하얀 꽃들의 씨를 모아 사람들에게 부치곤 했지 마침내 사람들의

내장에도 바다의 씨앗이 들어갔고 그 속에는 검은 바다가 일렁이거나 푸른 눈의 물고기가

혈관을 떠돌곤 하지 바다가 떠난 자리에 할배도 함께 떠나고 빈 염전에는 못 다 핀 하얀 꽃들

그리움의 문양을 그리며 벽화처럼 남아있었네 할배의 사랑도, 바다의 그리움도 썰물처럼

머언 머언 과거로 돌아가고 있었네

 

 

 

 

 

 

허수아비의 묘비

 

 

아비의 몸속에는 마른풀의 심장이 들어있었다

입술은 날마다 죽은 새순처럼 타들어 가고

그의 심장에서는 날마다 천둥이 지나가곤 했다

자신의 머리위로 찾아든 새, 새들

아비는 새와 더불어 태양과의 동침을 이루고

허수는 저 높은 땅의 노래와

낮은 하늘의 노래를 듣는다

아비의 심장이 마른풀의 육신이 될 무렵

늦은 밤 옷 한 벌을 입고

어깨띠 하나 사선으로 걸친 가을이 찾아 왔다

하늘은 눈 없는 아비를 품고

세상에는 허수만 남긴다

빈 들녘에 제 육신을 빠져 나오지 못한

빈사(瀕死)의 노래가 말뚝처럼

자신의 묘비가 되었다

순환의 이정표가 되었다

 

 

 

신발로 돌아 온 사랑

 

 

 

깊은 바다위로 걸어오는 사랑이 있었다

 

넘실대는 파도위로 발목없이 걸어오는 신발이 있었다

 

떠나야할 곳 때문에 돌아와야 할 곳을 잃어버린 것처럼

 

사라져 버린 길을 따라 보이지 않게 돌아온 사랑이 있었다

 

우리는 너를 상처라고 불렀지

 

신발을 먼저 보낸 영혼은 이따금씩

 

낯선 시간에 나를 깨우고는

 

그 이별의 문턱에 함께 눕자 했지

 

사랑은 흐르지 않는 소용돌이로 남아 있고

 

만지지도 못하는 그리움은 사방 파문(波紋)이 되어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는

 

불치의 병명이 되었다

 

혼자 남은 신발이 되었다

 

 



하중동 연가

 

 

 

시흥 관곡지의 가을밤에

 

달빛이 못의 뿌리가 되는 것을 보았다

 

어둠으로 깔린 수면위로 초롱을 밝히고

 

죽어도 죽지 않는 심지를 보았다

 

햇살이 꽃등을 찌를수록

 

암연(黯然)으로 숨구멍을 내는

 

꺼질 듯 꺼지지 않는

 

빛의 뿌리를 보았다

 

꽃이 어둠을 켜켜이

 

껴안은 것을 보았다

 

 

 


 

 

한 몸

 

 

한 몸이기 때문에 만날 수 없는 몸이 있다

왼쪽 귀는 오른 쪽 귀를 만날 수 없고

오른 쪽 눈과 왼쪽 눈이 마주볼 수 없다

돌아보면 어머니와 나는 한 몸이었고

아버지와 내가 한 몸이었고

조선 선조 때쯤 김유 장군과 한 몸이었고,

 

단군과 내가 한 몸이었고

아담과 내가 한 몸이었기 때문에

오늘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아내도

한 몸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한 몸이기 때문에 나를

그녀 안에 집어넣고도

내가 그녀의 몸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이제 한 몸이라고 부르지 마라

한 몸이라서 만날 수 없는 날이

우리에게 찾아 왔고

한 몸이 아니었던 그녀의 손과 내 손이

온기로 만날 때

딴 몸이 한 몸이 되는 것을 보았다

 

누구에게나 만날 수 없는

한 몸이 있다

누구에게나 만날 수 있는

한 몸이 있다

 

 

 

엄마의 기차

 

 

 

   종착역을 찾지 못한 채 늘 달리기만 했다 증기에서 디젤로 다시 전기엔진으로 바꾸어

가며 달렸지만 번번이 정차역을 놓치곤 했다 문득 끊어진 시간의 간이역 아무도 손 흔들지

않는 역사에 승객을 내리고 화물을 내리고 엄마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눈길을 남기고 상처

난 침목 무너진 철교 위를 지나 머나먼 종착역을 향해 기적도 없이 떠나시곤 했다 엄마의

기차는 왜 한 번도 정차하지 않았을까 간이역의 국수 한 그릇도 드시지 않으시고 기적을

울리는 끈 한번 당기지 않으셨을까 엄마는 왜 당신의 종착역에서만 우리를 기다리시는 걸까

 

   마음에 터널이 생길 무렵

   엄마! 부르니

   그 기차 돌이켜

   철커덕 철커덕

   내게로 오시네

 

 

 

 

 

관곡지官谷池

 

못을 지키고 있는 것이

조선농학자 강희맹이 아니듯이

연꽃을 피워 올린 것은

그 못의 물이 아니다

그 물위에 앉은

소금쟁이나 장구애비는

더욱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사람들

연근

댓글목록

노트24님의 댓글

노트2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의 눈에는 그들이 남긴 눈망울이
마당을 하얗게 펴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늘과 마당이 하나가 되는 것을 보았다
하얗게 펼쳐진 집을 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시어앞에
머물다 갑니다

미소가 넘 매력적인 시인님
반갑습니다

노트24님의 댓글

노트2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키보드 엔터가 고장나 이제야 답글을 올림니다^^
컴 사향도 그닥이다 보니 마음만 앞서고
갤러리방 작가님 작품으로 연꽃의 계절
관곡지官谷池 영상시방에 부족하나마
올렸습니다

고운시에 누가 되지 않았음 바래 봅니다

더운 날 시원하고 달달한 냉커피 마음으로
한 잔 두고 가옵니다~~

김윤환님의 댓글

김윤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랫만에 시마을 방문했습니다.
초대에 감사드리고 노트24님 영상시에도 감사드립니다.  모두 더위 잘 이기시고 좋은 글 많이 읽고 쓰시길 기대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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