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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家史) / 조벽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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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950회 작성일 15-07-08 10:46

본문

 가사(家史) 

 

 

                          趙碧岩

 

 

 

 

  아베는 두더지 닮아

  어느 때는 금점판

  어느 때는 절ㅅ갈

  어느 때는 일터로

  어느 때는 감옥

  두루두루 돌아다닌다는 소문

 

  집안은 파뿌리같이 문드러져

  일가붙이 하나 돌보지 않고

 

  어메는 적수공권

  어느 때는 바느질품

  어느 때는 바비아치

  어느 때는 박물장사

  두루두루 천덕구니

  소박데기라 비웃는 소리

  못생겼다 꾀이는 소리

 

  그러나 청실 홍실 늘인

  붉은 밀초 녹아내리는 밤

  세 명주 이불 내음새가 풍기던 밤

  정이 든듯 만듯

  한사코, 그리고 지켜온 마음

  철없을 적에 얻는 듯 도토리 같은 남매

  기어이 길러놀 결심

 

  어느 때는 아베를 원망도 했고

  어느 때는 아베를 그리기도 했고

  어느 때는 아베를 고맙게도 여기고

 

  무럭무럭 커가는 아들과 딸

  탐탁하기 그지없어

  아베는 영 잊어버려도 살 것만 같았던 때

  땅이 꺼지는 듯

  아들을 병정으로

  딸은 공장으로

 

  삔질삔질 놀고만 있는

  면장집 딸과

  술도가집 아들은

  고스란히 그대로 두고

  고생살이에 쪼들려 불쌍히 큰

  어메의 아들은 붙들려 가

  남(南)으로 갔다기도 하고

  북(北)으로 갔다기도 하고

 

  천덕구리로 큰

  어메의 딸을 끌리어 가

  서울로 갔다기도 하고

  만주(滿洲)로 갔다기도 하고

  아! 어찌된 셈인지 몰라

  어메는 미친 듯 울었고

  어메는 죽을 듯 몸부림치고

 

  그러나 아직 죽지는 않았다

  아직도 살아 돌아오려니 하는 기다림과

 

  어메는 정화수 떠놓고

  초ㅅ불 켜 놓고

  합장재배

  비옵는 축원

 

  여름이라 한가을

  8월에도 보름날

 

  어메는 막연히나마 좋다 말아 울었오

  덩달아 손들어 만세를 불렀오

  이런 소문 저런 소문이 떠돌던 며칠 후

  딸은 하이얀 얼굴로 돌아왔고

  또 며칠이 지난 후

  아들은 우리 군대에 있다는 소문

  또 며칠 후

  아베는 연해주(沿海州)에 있다는 소문

 

  어메는 꿈인가 했소

  어메는 생시인가 했소

  어디서 막혔다 쏟아지는지

  뜨거운 눈물이 연시 흐르고

  어디에 갇혔다 나오는 웃음인지

  주책없이 울면서 웃어지는 기쁨

 

  이제껏 싫어했던 사람이 친절한 척하고

  이제껏 푸대접하던 일가가 찾아오고

  그러나 새삼스레 간하며 칭송함을 물리치고

  맑은 창공을 우두커니 쳐다보는

  어메의 눈동자는 별같이 반득였오

  아베가 돌아올 제까지

  아들이 돌아올 제까지

  땟국 묻은 행주치마 바람으로

  눈에는 한껏 더운 눈물을 짓고

  입에는 한껏 웃음을 띠고

  울며 웃으며 천연듯이 맞으려 했오

 

  오늘이라 섣달 그믐께

  정화수 떠 놓고

  초ㅅ불 켜 놓고

  합장재배

  아베와 아들을 축원하는 가는 목소리

 

 

 

 

趙碧岩(1908~?)

                       본명 重洽, 충북 진천 벽암리 출생, 작가 고명희의 조카, 호는 고향에서 딴 것. 경성 제2고보를 거쳐 경성제대 법문학부 법학과(5회 1933) 졸업, 화신백화점 근무, 시 <대설계>(1934)로 데뷔. 시집 《향수》(1938),《지열》(1948), 문학가동맹 중앙집행위원, 《향수》의 첫멀는 유진오의 <창랑일기>에 인용되어 나옴. <가사>(家史)는 민족의 자전적인 요소를 안고 있어 유랑민적인 민족사의 정서라는 점에서 白石과 견주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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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


  권력은 자신과 자체를 두둔하기 위해 이념을 강제한다. 혹은 이념이 가장 적절한 그들의 수단이다. 그것은 풀뿌리의 것도 아니고 무지렁이가 믿어야 할 신념인 것도 아니다. 질경이 같은 백성들은 먹고 자고 깃들 집이면 족하고 다산성(多産性)을 위해 지독하게 살아낼 뿐이다. 생존권을 위해 "죽을 듯 몸부림치고" 떠돌았으나, 백성은 만주벌을 몽골을 시베리아를 정처없이 유랑했으나, 그렇게 가없이 영토를 확장했으나, 이념은 그들을 도구로 무기로 삼았다. 권력은 최대한의 보호막이지만, 또한 최소한의 집단이 뱃가죽을 불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풀은 다만, 뜯기고 날리고 흩어지지만 어디 박토라도 뿌리 박고 굳건하게 살았다. 그 신산한 바람 속에 이전 사람들의 날숨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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