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 이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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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627회 작성일 17-11-30 01:17본문
거미 / 이면우
오솔길 가운데 낯선 거미줄
아침 이슬 반짝하니 거기 있음을 알겠다
허리 굽혀 갔다, 되짚어 오다 고추잠자리
망에 걸려 파닥이는 걸 보았다
작은 삶 하나, 거미줄로 숲 전체를 흔들고 있다
함께 흔들리며 거미는 자신의 때를 엿보고 있다
순간 땀 식은 등 아프도록 시리다
그래, 내가 열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
망에서 떼어 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라면 짐짓
몸 전체로 망을 밀고 가도 좋을 게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아홉
홀로 망을 짜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
지금 흔드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을 안다
캄캄한 뱃속, 들끓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
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 놓고자
밤을 지세운 거미, 필사의 그물짜기를 나는 안다
이제 곧 겨울이 잇대 올 것이다
이윽고 파닥거림 뜸해지고
그쯤에서 거미는 궁리를 마쳤던가
슬슬 잠자리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 굽혀, 거미줄 아래 오솔길 따라
채 해결 안 된 사람의 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감상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많이하게 하는 시,
화자는 아침 오솔길 가운데 아침 이슬 반짝이는 거미줄에 고추잠자리
한 마리 걸려 파닥이는 것을 본다
화자는 망설이게 된다, 거미의 편을 들어줄까? 고추잠자리의 생명을
구해줄까?
내 나이가 열아홉이라면, 스물이라면, 서른이라면 그러다 흠칫, 놀란다
지금 화자 나이는 마흔아홉,
홀로 망을 짜던 거미의 마음이 먼저 생각나는 것이다
삼라만상 우주 속에 모든 것은 자연의 섭리라는 핑게를 대면서
초록은 동색, 동병상련의 마음이 고추잠자리를 죽이고 만다
가을과 겨울이라는 어휘는 마흔아홉이라는 정서와 길항한다
댓글목록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꿈보다 해몽.감상이 더 빛나 보입니다.^^
즐감하였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