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다래나무/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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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긴강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7회 작성일 18-06-04 12:48본문
개다래나무
박은주
난 가끔 마약을 해
웅덩이에 고인 물로 속을 채워도
눅눅한 어둠을 헤매도
내일은 생선꼬리를 찾을 거라고
말라붙은 배를 움켜쥐고
희망을 밀어 넣어
세포 하나하나 뜨거워지는 고문
가시 박힌 내장을 따라 낯선 거리로 항해를 시작해 속눈썹에서 시작된 비바람이 기둥을 삼키는 동안 썩은 봉투를 핥지
비릿한 바람에 꼬리를 세우고 수염이 이끄는 대로 진흙탕을 건너 깨진 도로에 발톱이 찢겨도 몽둥이를 피하려면 달려야 해
뼈가 뒤틀리고 숨이 가빠와
땀이 솟는데 살점이 얼어붙고
내버려 둬
약 없이 살 수 있는 계절이 거의 다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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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애지신인문학상에 당선
시집 <방아쇠를 당기는 아침>(2018년, 도서출판 지혜)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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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나도 마약을 해
그러면 척추를 꼿꼿이 세우고 밤의 꽃길을 걸을 수 있지
오늘도 간편하게 한 알,
그리고 붉은 입술의 가면을 쓰는 거야
누구에게도 내 창백한 모습을 들키지 않게
그러나 어쩌랴! 비틀비틀, 약 기운이 떨어지는 걸
저 흙탕물 고인 웅덩이를 건너야 하는데...
감추었던 꼬리가 나타나는 군
마지막 힘을 다해 폴짝
약 없이 살 수 있는 계절이 다 왔다니까
가면을 벗어던지고, 야옹야옹 야~옹
살기 위해 나의 울음을 찾고, 담장위로 올라가야지
한 번쯤 뒤돌아본 후
자, 가시를 숨기고 있는 장미의 계절로....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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