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거울 2 (가을 강) / 이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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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3회 작성일 18-07-04 11:02본문
순간의 거을 2 / 이가림
- 가을 강
가랑잎 하나가
화엄사 한 채를 싣고
먼 가람으로 떠난 뒤
서늘한
기러기 울음
후두득 떨어져
물거울 위를
점자 (點字)인 양 구른다
노을 타는
단풍밭
보랏빛 이내에 묻히고
깊은 하늘의 이마에 걸린
가버린 누이의 눈썹
그 그늘에 이슬들
아롱아롱 맺힌다
가랑잎 하나가
가을의 끝
한줌 허무를 싣고
먼 어둠으로 떠난 뒤
* 이가림 : 1943년 만주 출생, 2015년 사망,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불후의 명시 <석류,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황토길 가면>등
# 감상
가랑잎 하나에 산사 한 채가 실려 먼 가람으로 떠나 간다는 화자의 심상
에서 생의 허무함을 엿볼 수 있고
가을 조각달을 지칭한 듯 한 가버린 누이의 눈썹이라는 서정에서 화자가
가슴 속 깊이 새겨둔 어떤 아픔, 또는 잊고 싶은 어떤 그리움을 느낄 수 있다
가랑잎에 실린 화엄사 가람 지나 바다로 가면
낭낭한 목탁소리 딸랑이는 풍경소리로
오징어 떼 멸치 떼 따라 온 바다는 시끌벅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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