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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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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동 / 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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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39회 작성일 18-07-06 03:44

본문

대이동 / 기혁

 

뒤돌아 누운 사람 곁에서 눈이 내린다.

눈 속으로 걸어가면 먹이를 찾는 들소 떼가 있고 멀리

창과 엽총을 세워놓은 천막이 보였다.

북북서로 부는 바람으로부터

사냥꾼의 채취가 희미해졌지만

결빙의 한 끝 무렵엔 알알이 사람의 모습이 박혀 있었다

무리를 이탈한 들소를 겨누다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 그를

사람들은 허구라고 불렀다.

허구는 자주 허공을 쏘았고 그럴수록 그의 심장도

들소 떼처럼 쿵쾅거렸다.

해가 저물면, 천막 안 아이의 울음을 들으며

순록의 털가죽으로 감싼 봄의 메아리라던가 개울에 비친

밤하늘의 이야기를 꺼내보곤 했다.

방향을 병처럼 앓으면 운명을 버릴 수도 있구나.

홀로 엽총을 손질하던 허구는 꿈속에서 어루만지던

들소의 목덜미를 생각한다

만년설의 전설과 주정뱅이의 혼잣말이 감각을 둔하게 했지만

심장은 어느새 들소 떼의 발굽소리로 내달리고 있었다.

작은 입김에서 식어버리던 들소의 체온이

허구의 뺨에 차례로 닿았다. 떨어졌다.

바람은 변함없이 북북서로 불고 있었고

뒤따라 온 사냥꾼들이 온기의 방향을 좇아 총을 쏘았다.

은백색 총알이 들소를 궤뚫고 어둠의 살점 깊은 곳에서 반짝일 때

놀란 들소 떼는 밤하늘의 별자리가 되어 사라져갔다.

날이 밝아오자 허구는 두 눈을 찌르고 길을 떠났다.

북북서에서 북북서로, 어둠뿐인 세계의 별자리를 지도 삼아

새싹이 돋아난 자리만큼 두 발을 움직였다.

마침내 끝나지 않은 봄날에 당도 했을 때

허구는 이오라는 꽃씨를 심었다. 이오는 허구의 믿음을

소원으로 뒤바뀌지 않았으므로, 모든 여정을 거슬러 올라가

뒤돌아 누운 사람 곁에서 싹을 틔웠다.

눈 속에 핀 봄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 무렵

밤하늘의 들소 떼들은 봄의 언저리마다 은백색 발자국을 남겼다

뒤돌아 누운 사람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첫눈이 내리고

수십억 광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신이다

 

* 기혁 : 1979년 경남 진주 출생, 2010년 <시인세계> 시 등단,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등단, 시집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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