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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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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누드와 거울 / 심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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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81회 작성일 18-08-12 21:49

본문

누드와 거울 / 심은섭

 

 

 

 

     돌아누우면 새벽이다 배를 깔고 누웠던 밤 12, 거울 앞에 선다 등 뒤엔 원죄를 묻어 놓은 에덴동산이 보인다 한 마리 뱀이 지나간다 파문이 몰려 올 것이다

 

     누드는 캄캄한 내 안의 하얀 그림자다

     누드는 링거액이 꽂힌 혈액종양외과의 6인 병실이다

     누드는 목관으로 찍어낸 편종소리다

     아니, 토마토 아래의 크리스털 접시다

     누드는

 

     양떼구름 맛이고 천사가 가득 채워진 일회용 손거울이고 딸들이 떠난 긴 골목이고 맨발로 걷는 비누다 알 수 없는 상형문자로 내리던 눈이고 내 손을 빠져나간 히피족이고 아니, 거울에 갇힌 섣달 오후의 햇살 맛이다

 

     누드는 눈썹과 발등 사이에서 정지된 유쾌한 눈물이다

     누드는 허무의 원을 그리는 프로펠러다

     누드는 브루카 속에 무수히 떠있는 여인의 푸른 눈이다

     아니, 12월과 1월 사이의 13월이다

     누드는

 

     죄목판자 목에 건 수녀의 고단한 미소와 저음에서 저음으로 걸으며 암스테르담 홍등가로 떠난 입양아의 눈물이다

 

 

 

鵲巢感想文

     누드와 거울은 전혀 다른 시어지만, 여기서는 같은 말이다. 를 환치한다. 마치 데칼코마니와 같은 기법으로 시제를 달았다. 누드는 어떤 대상의 알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 쓰는 자의 몸을 일컫는다. 그것은 시인일 수 있으며 상대가 될 수도 있다. 거울은 어떤 사실이나 물체를 보여주는 물건이다. 모범이나 교훈이 될 만한 것일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거울로 빗댄 문학적인 가치를 우리는 볼 수 있다. 시든 소설이든 그 외, 어떤 장르를 통해서든 말이다.

     어떤 한 작품을 볼 때 정면으로 보면 통과지만 돌아누우면 새벽이다. 정면으로 보았다는 것은 교감을 뜻한다. 새벽은 새벽(dawn, )이 아니라 새벽(wall, build up a wall )이다. 배를 깔고 누웠던 밤 12, 시적 묘사다. 12시라는 시간관념을 끌어다 넣었다. 분침과 시침의 일치를 뜻하지만, 시와 일치감 곧 누드와 거울이다. 등 뒤엔 원죄를 묻어 놓은 에덴동산이 보인다. 여기서 등은 표면적인 며 시의 원 뜻을 우리는 숨긴 어떤 진실을 원죄로 표현했다. 가령 시인 이상의 시를 보면 시제 꽃나무에 꽃나무와 시 제10호의 나비와 선에 관한 각서의 13은 원관념을 숨긴 등이 되겠다. 물론 이것 말고도 많지만 설명에 보탬이 되었으면 해서 예를 든 것뿐이다. 한 마리 뱀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흐릿한 반대쪽 그림을 우리는 안개가 걷히듯 새롭게 여정을 걷는다.

     누드는 캄캄한 내 안의 하얀 그림자다. 누드와 하얀 그림자 그리고 캄캄한 시어와 하얀 시어의 대치다. 마치 음각한 그림을 표현한 것처럼 움푹 팬 기술적인 언어의 기교라 하겠다.

     누드는 링거액이 꽂힌 혈액종양외과의 6인 병실이다. A=A+. A+A를 좀 더 자세히 묘사한 것뿐이다. 시를 취미로 둔 자 뭔가를 쓰기 위해서 글이 필요한자 마치 우리의 생명을 연장하듯 링거액을 꽂아 놓고 사색의 늪을 맘껏 허우적거리는 시인이다. 암적인 존재지만, 기어코 그 암을 받아들이는 숙명적 관계다. 6인 병실처럼, 여기서 612시간과 대치된다. 12시가 와 일치감으로 존재의 합일을 이루었다면 6와 전투며 非我의 투쟁이라 병실로 표현한 것이다.

     누드는 목판으로 찍어낸 편종소리다 木板이나 木版이나 여기서는 그 어떤 것도 허용한다. 편종은 악기다. 편종編鐘은 아악기의 하나로 두 층의 걸이가 있는 틀에 12율의 순서로 조율된 종을 한 단에 여덟 개씩 달아 망치로 치는 타악기. 고려 예종 때 송나라에서 들어왔다. 악기처럼 울림과 편종이라는 어감이 마치 편파적으로 확대되는 사실, 시적 관용까지 불러일으킨다.

     아니, 토마토 아래의 크리스털 접시다. 누드는, 여기서 토마토라는 시어도 참 재밌다. 완전 데칼코마니적인 단어다. 마를 기점으로 양쪽이 같다. 이 토마토를 받치고 있는 것은 크리스털 접시다. 투명하다. 접한 를 줄인 것 같은 접시도 계획적으로 끌어다 쓴 것처럼 느끼는 것은 아니면 비약적인 글쓰기일 수도 있겠다. 뭐 쓰는 거니깐,

     시는 양떼구름처럼 몰려오는 것 같고 양떼구름의 어떤 모양을 떠올려보기보다는 차라리 시적 어감으로 보는 것이 낫겠다. 천사가 가득 채워진 일회용 손거울, 시를 읽는 동안, 즉 시적 교감을 갖는 동안은 천사이니깐, 이것은 어쩌면 일회용 손거울이 될 수 있다. 읽고 나면 버려지는 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딸들이 떠난 긴 골목, 우리말은 여러 가지 메타포적인 데가 있다. 그런 시적 언어가 상당히 많다. 딸들이라는 시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시인만이 쓸 수 있는 은어일 수 있겠으나 긴 골목과 착안하면 대충 자아의 상실과 분실로 누드이자 한 조각의 거울일 수도 있겠다. 굳이 딸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면적 생소함을 드러내기 위한 시적 장치다. 아이들이나 천 만군 일 만군의 군사가 빠져나가는 것도 어쩌면 고통이자 즐거움이며 해탈한 교감이니까, 맨발로 걷는 비누며 알 수 없는 상형문자로 내리던 눈이며 내 손을 빠져나간 히피족은 모두 시적 묘사다. 이러한 모든 것에서 진일보한 문장을 시인은 남겼다. 거울에 갇힌 섣달 오후의 햇살 맛이다. 시에서 쓰는 문장은 모두 편파적인 느낌만 자꾸 든다. 가령 거울과 섣달, 오후, 햇살 이러한 시어를 두고 올바르게 읽는 이는 매우 가정적일 거라는 생각이다.

     쓰고 보니까 시가 참 길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시는 수미 상관도 아니면서도 1절과 2절로 나뉘는 유행가도 아니지만, 2연과 4연은 그 구성미를 갖췄다.

     누드는 눈썹과 발등 사이에서 정지된 유쾌한 눈물이다. 눈썹은 색감이 우선 까맣다. 섭과 섶은 동질감마저 들지만, 그 쓰임은 비슷한 것에서 출발했다. 중요한 것은 눈이다. 볼 수 있다는 것, 본다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까지 정말 제대로 받아들였다면 눈물과 같은 교감을 불러일으킨다. 유쾌하다. 시인 서정주의 동천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내 마음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시인의 능청은 우리가 익히 모르더라도 그 눈썹 한 번 봤으면 싶다. 여기서 미당의 눈썹은 누드나 다름없다. 그 눈썹이 어디를 지향하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좋은 즐거움이다.

     누드는 허무의 원을 그리는 프로펠러다. 시를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시인의 감정과 누드는 브루카 속에 무수히 떠있는 여인의 푸른 눈이다. 설레며 바라보는 어떤 이상과 아니, 12월과 1월 사이의 13월은 새로운 달의 등극과 내 마음속 한 자리 차지하고 마는 시적 우상을,

     우리는 누드라 한다.

     결국 우리는 죄목 판자 목에 건 수녀의 고단한 미소처럼 어떤 구속적이면서도 내 목을 건 것과 같고 그 마음은 수녀처럼 순수함이 배며 저음에서 저음으로 걸으며 절대 고음이 아닌, 밑바닥에 달라붙은 껌처럼 우리는 기어코 떼고야 마는 또 하나의 시인의 성질머리와 암스테르담 홍등가로 떠난 입양아의 눈물로 문학의 수출까지 기대하는 시인의 마음이라고 할까 하지만, 별 보잘것없는 한낱 시며 굳이 암스테르담이 아니라도 자갈마당이라도 내 걸었으면 싶은 것이 어쩌면 빈 깡통의 마음임을 어찌 알겠는가!

 

     목불견첩目不見睫이라는 말이 있다. 출처가 한비자다. 눈은 눈썹을 보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람이 남의 허물은 볼 줄 알아도 자신을 제대로 보지는 못함을 말한다. 첩이 좀 어려운 한자다. 눈 목자와 아내 처와 합성한 단어다. 아내는 첩 첩자와 다르다. 옛 왕조 시대에는 손님을 대접할 때는 자신의 첩으로 하여금 시중들게 했는데 아내 옆에 서 있는 또 다른 여인이 첩이었다. 그건 그렇고, 시는 내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아까 잠깐 끌어다 쓴 것이지만, 시인 서정주의 동천이라든가 시인 이상의 시처럼 마음 한 자락 놓은 거라면 요즘 시는 시를 위한 시적 묘사로 이룬 것이 대부분이라 이를 문학적 가치로 또는 올해의 좋은 시로 선정하는 것도 뭔가 문제가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도 사실 든다. 그러나 시라는 문학적 놀이도 비유와 기교는 높이 살만한 거라 그 가치는 충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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