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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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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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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0회 작성일 18-08-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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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시집『붉디 붉은 호랑이』(애지, 2005)
(『서울 지하철 시』. 4호선 노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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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독자고 독자가 시인인 시대에 순수한 시의 독자를 기다리며

 

 

  바야흐로 시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어디를 가더라도 시가 넘쳐난다. 도심과 외곽 야외를 가리지 않고 시화가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여름 모처럼 여행을 앞두고 그동안 많이 부려먹어 렌즈부분이 말썽을 부리는 똑딱이를 쉬게 하고 Dslr을 장만하려고 용산을 나간 적이 있었다. 지금은 명성이 많이 퇴색되었지만 한때는 전국의 컴퓨터 80프로가 이곳에서 팔린다고 할 정도였다. 컴퓨터 뿐 아니라 전자의 메카로 불릴 만큼 모든 종류의 전자제품들을 신제품 뿐 아니라 중고제품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용산에 내려서 선린상가 전자상가를 거쳐 신용산역으로 이어놓은 다리 연결통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일요일 날 이곳을 나가보면 우리나라도 다문화가 도래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가 있다.  오고가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외국인들과 마주치는 것이 더 흔한 일상의 풍경이 되었다.


  노점상들이 펼쳐놓은 잡다한 물건들에 눈길을 주다가 노점상 머리 위로 그림 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그림 옆에 글자들이 보인다. 시화였다. 그래도 시를 가까이 한답시고 그림 감상보다 시를 읽어보았다. 그런데 이 한 편뿐이 아니었다. 그 긴 연결통로의 양쪽 벽에 수십 개 아니 수백의 시화들이 나란히 걸려있었다. 한 편 한 편 읽어보면서 걷는데 그날 따라 오고가는 사람 아무도 시화에 눈길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 달 말로만 듣던 김유정 문학관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천재는 요절한다고 했던가. 천재 시인 김소월이 그렇고 기형도가 그렇고 이상도 요절했다. 김유정 또한 29살에 단명을 했다. 실은 모임을 추진하는 사람이 문학관을 가자고 한 것이 아니라 레이바이크을 타러 가는데 김유정역에서 강촌 방향 가는 것으로 예약을 했다는 것이다. 시간도 넉넉해 그가 생전에 남겨놓은 유품을 전시한 전시실과 소설을 바탕으로 꾸며놓은 문학관을 천천히 다 둘러볼 수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봄봄을 다시 되새기는 계기도 되었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의 내용 한 줄이 생각나 마음이 저리기도 했다. 폐병으로 괴로워하면서도 글을 썼던 김유정은 닭을 삼십 마리 고아먹으면 살아날 것이라고 친구에게 돈을 좀 마련해달라는 부탁의 편지를 썼던 것이다.


  강바람을 맞으며 레이바이크를 타고 난 뒤 강촌역으로 갔다. 상봉 가는 기차는 15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는개보다는 조금 더 굵은 비가 내리고 의자에 앉아 있기도 무료한데 기찻길 너머로 그림을 걸어놓은 것이 보인다. 역시나 시화였다. 몇십 편 걸려 있었다.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시를 한 편 한 편 음미하면서 읽어보았다. 마음을 빼앗기듯 읽혀오면은 줌을 당겨 카메라에도 담았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몇 십명 되는데 역시나 이곳에서도 자기네들끼리 이야기하느라고 바쁘지 시와 눈을 맞추는 사람은 없었다.


  한번은 과천 서울동물원을 갔다. 눈으로만 보고 마음으로 담을 줄 모르던 때 산에 가면 눈에 보이는 야생화란 야생화는 다 사진을 찍으며 이름을 알고 싶어할 때였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야생화 전시전이 열린다고 해서 간 것이다. 김선우의 시의 제목이기도 한 개부처손을 이곳에서 처음 보았고 이름도 모르는 토종야생화도 많이 보았다. 이곳에서도 시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경기도 어느 문학단체 회원들이 낸 작품이었다.


  시를 안 읽는다고 시가 독자와 멀어졌다고 한다. 대형서점에 가도 시집은 한쪽 구석을 차지한지 오래다. 시집을 내면 시인들끼리 품앗이하듯 돌려본다. 그런데도 시는 봄날 벌레보다도 많고 가을날 열매보다도 풍년이다. 몇 년 전부터는 지하철역에도 시가 등장을 했다. 실수로 철로로 떨어지거나 때로는 자살하려 뛰어드는 사람을 방지하고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부터 시가 등장을 한 것이다. 성격상 잠시 차를 기다리는 동안 읽을 수 있는 간결하고 짧은 시이지만 상업광고 홍수시대에 광고 대신 시를 보는 것이 백 번 낫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유심히 서서 읽어보는 사람들을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는 궁핍의 산물이라고 한다. 시가 백수의 놀음이라는 말처럼 궁핍이란 물질의 부족만을 이르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모름지기 사물을 놀람과 신비 측은지심으로 봐야지 효능과 용도를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한다.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보고 저 놈을 회쳐먹으면 맛있겠다는 생각을 하거나 식물을 보면서 몸 어디에 좋고 어떻게 먹으면 약이 된다는  효능과 음용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어찌 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맛과 효능과 용도에 대해서 관심이 있을 뿐  대추 한 알 속에 태풍이 들어있고 천둥이 들어있고 벼락이 들어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인이 아니고서야 어찌 대추 속에 무서리와 땡볕과 초승달이 다녀간 것을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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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시 한 편 읽기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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