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 김상미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페루 / 김상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6회 작성일 18-09-10 22:27

본문

페루 / 김상미

 

 

     다시 태어난다면 페루가 좋겠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멋진 소설도 있듯이

     그곳은 죽기에 딱 좋은 곳.

 ^

     그동안은 어디든 꼭꼭 숨어 있자.

     큰놈들은 큰놈들끼리 어울려 언제나 잘도 도망치고 도망치다

     북두칠성처럼 어김없이 제자리로 돌아와

     갈 곳 없는 작은 놈들을 또 잡아먹고, 잡아먹고

^

     이제 더는 놀랄 것도 없는 이곳.

     내 아버지가 울고, 내 어머니가 울고,

     내 형제, 내 아들딸들이 우는 이곳.

     그러나 나는 결코 울고 싶지 않은 이곳.

^

     당분간만 이곳에 꼭꼭 숨어 있자.

     모든 새들이 떠나고, 미지의 새들마저 다 떠나고 나면

     간신히 붙잡고 있던 누군가의 마지막 팔을 흔쾌히 놓고

     달콤한 새들의 눈물이 너무나도 그리워 목이 마른 숲의 맥박이

     점점 느려지다 딱 멈출 때까지만.

^

     그 다음엔 재빠르게 침실 서랍장 위에 놓아둔 페루의 사진을 가방에 넣고

     오래전에 내가 묻혀 있던 그곳으로 떠나자.

     시공을 초월하여 어디든 훌쩍 떠나는 방식은 이미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터득한 은총.

^

     다시 태어난다면 정말 페루가 좋겠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멋진 소설도 있듯이

     페루는 죽기에 딱 좋은 곳.

^

     내가 미치도록 사랑한 한 남자도

     막다른 그 길 위에서 한 번도 내가 만난 적 없는 낯선 사람처럼

     그렇게 잘 살고 있지 않은가!

 

鵲巢感想文

     페루는 하나의 이상이다. 굳이 국가를 자청하여 어떤 설명을 추론할 필요는 없겠다. 를 읽고 있으면 현실 도피적인 데가 없지 않아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詩人 김상용의 가 생각나게 한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시인은 오로지 자연과 더불어 초탈한 삶을 원했다.

     위 시 또한 퐉퐉한 현실을 떠나 시인만이 가지는 어떤 동경을 그린다. 그곳은 큰 놈들은 큰 놈들끼리 어울려 언제나 잘도 도망치고 도망치다 북두칠성처럼 어김없이 제자리로 돌아와 갈 곳 없는 작은놈들을 또 잡아먹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관을 탈피하고 그 어떤 감정과 숨이 끊긴 곳

     모든 새들은 떠나고 미지의 새들마저 다 떠나고 나면 간신히 붙잡고 있던 누군가의 마지막 팔을 흔쾌히 놓을 수 있는 마른 숲의 정지된 풍경만 있는 곳

     그러니까,

     시공을 초월하여 어디든 훌쩍 떠나는 방식,

     정말 페루라는 곳은 있는가?

 

     내가 미치도록 사랑한 시도 막다른 그 길 위에서 존재하며 한 번도 그 시인은 만난 적 없고 그의 얼굴은 더욱 본 적 없지만, 낯선 사람처럼 그렇게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어제 일기에 올린 였다.

     士卒傳呼班馬路 相公坐對燭龍枝 夜久淸光如可掬 一天星斗影宮池 큰길로 말이 돌아간다 사졸들이 외칠 때, 상공은 어둠을 밝히는 촛불을 마주하고 계시네. 밤 깊어 환한 달빛 손에 잡힐 듯 비치고, 온 하늘에 별들은 궁궐 연못에 쏟아지네.

     구당榘堂 유길준의 시였다. 궐내 위급한 상황을 보고 즉시 지은 시였다고 한다. 이 시는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하여 대한제국 군대를 무장해제한 뒤에 물러나는 한 장면을 묘사한다.

     당시 지식인으로서 외세의 침략에 우리 왕조는 그 어떤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마 큰길로 말이 돌아간다는 것은 일본군을 지칭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유길준은 만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당대 유명 지식인이다. 그는 떠났지만, 막다른 길 위에서 이 천한 사람을 보지 않았던가!

 

     詩 페루는 시인을 만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으나 마음은 고스란히 전하여 내게로 왔다. 소득주도 성장인지 세금 주도 성장인지, 오늘은 대통령 비석 실장까지 나서서 이상한 얘기(국회의장단 및 여야 대표 평양회담 초청)를 하는 이 나라에서 어쩌면 훌 떠나고 싶은 마음을

     어쩌면 이리 시원히 표현하였을까!

 

=============================

     김상미 부산에서 출생 작가세계 등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58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33 1 07-07
41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 0 03-29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3-22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 03-18
415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3-15
415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3-14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3-08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3-03
415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1 02-18
414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2-16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2-11
414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1 02-04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0 02-03
414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1-29
414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3 01-28
414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01-26
414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01-25
414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1 01-22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2 01-20
413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0 01-19
4138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1 01-14
413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1-08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0 01-03
413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12-24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0 12-22
413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12-21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0 12-07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0 12-03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 11-30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0 11-23
412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 1 11-18
412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 11-17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0 11-16
4125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 11-15
412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 11-14
412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 1 11-11
412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11-10
412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11-06
411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 11-03
411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1 2 10-31
411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2 10-28
411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 0 10-23
411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 0 10-19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10-14
4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 10-06
411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0 10-05
411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1 0 10-04
41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1 10-02
410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8 0 09-2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