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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이 / 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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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2회 작성일 18-09-17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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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이 / 김유석

 

 

 

 

     둥근 벽시계 하나뿐인 방

     들보에 목을 맨 사내가 축 늘어져 있다.

 

     발바닥과 방바닥 사이, 천 길의 허공을 어떻게 딛었을까

     자살과 타살이 동시에 이루어진 듯한,

 

     멎은 시계와

     머리카락처럼 흩어진 바닥의 얼룩은

     사내를 살려낼 수 있는 모종의 단서.....,

     현재의 시간을 맞추자 바늘이 거꾸로 돌면서

 

     얼룩 위에 물방울이 돋고

     썩는 냄새가 사내의 몸속으로 빨려든다. 아주 천천히

     사내의 발가락이 꼼지락거릴 때까지

     딱딱하게 굳어 쌓이는 물의 계단들

 

     사내의 몸이 모빌처럼 흔들리고

 

     발바닥이 닿자

     차갑고 두터운 틀로 변한 물은

     단말마斷末魔의 전율을 통증으로 바꾸며

     어떻게든 살아오게 했던 기억들을 뒤진다.

 

     머리를 묶은 풍선과

     가슴속 시든 꽃들,

     손가락 새로 빠지는 모래알들

 

     목을 매야만 하는 까닭을 떠올린 사내는

     들보의 넥타이를 풀고 얼음 위를 내려와

     뒷걸음질 쳐 방을 닫는다.

 

     방향을 바꾼 시계가 지루하게 돌기 시작한다. 그런데

 

     얼음은 누가 가져다 놓았을까

 

 

 

鵲巢感想文

     알리바이는 범죄가 일어난 때에,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범죄 현장 이외의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함으로써 무죄를 입증하는 방법이다. 현장 부재 증명이다.. 이는 사전적 의미다.

     우리는 지금 를 읽고 있다. 99.9%가 자살이다. 그러므로 알리바이가 필요하겠나 싶다. 그러나 시는 어떤 한 세계를 대변하기까지는 시적 융합물에 불과하기에 고체화의 단계가 필요하다. 는 그 단계를 잘 묘사한다.

     둥근 벽시계 하나뿐인 방이다. 원만한 세계관이자 불멸의 고독을 대변한다. 들보에 목을 맨 사내가 축 늘어져 있다. 접근이자 현실과 동떨어진 또 다른 세계를 그린다. 이미 한 세상과는 단절되었지만, 또 한 세상은 매달려 있음을 묘사한다.

     발바닥과 방바닥 사이, 공통분모는 바닥이다.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발과 방 사이다. 내가 거닐었던 세계와 그 세계를 대변하고 위리안치할 방과의 거리다. 자살과 타살이 동시에 이루어진 듯한, 이는 추론이지만 확언에 가깝다. 시제를 보듯이 타살이 아니라 자살로 이끄는 과정을 우리는 보아야 하겠기에 알리바이를 끌어넣은 것이다.

     시계는 멎었다. 머리카락처럼 까만 것도 없을 것이며 꼬인 것도 없다. 가늘기 그지없지만, 무엇을 대변하기에는 충분한 시어다. 흩어진 바닥을 본다. 얼룩이다. 이는 사내를 살려낼 수 있는 모종의 단서다. 현재의 시간과 거꾸로 도는 시간을 본다. 시와 반시의 알리바이와 완벽한 범죄를 향한 자살로 이끌기 위해 우리는 수작한다.

     얼룩 위에 물방울이 돋는 것은 조금씩 명확화 하는 관념을 묘사한다. 냄새가 몸속으로 빨려 들고 발가락이 꼼지락 거리는 것까지 더 나가 딱딱하게 굳는 거기에 쌓아나가는 우리의 글쓰기는 하나의 계단처럼 묘사할 수 있겠다. 계단의 극치는 완벽한 물의 세계다.

     어떤 한 세계를 대변한다는 것은 통찰한 세계관을 말한다. 그러니까 정면만 보았다고 해서 그 세계를 잘 대변한 것이 아니므로 모빌처럼 흔들릴 수 있다.

     발바닥이 닿자, 더디어 고정관념의 형성을 말한다. 좀 더 가까이 다가섰음을 얘기한다. 는 냉정하다. 앞뒤 진술과 묘사는 뚜렷한 알리바이가 되어야겠다. 숨이 끊어질 듯(단말마) 전율은 통증으로 바꾸며 어떻게든 살아온 기억을 되살려본다.

     머리를 묶은 풍선과 가슴속 시든 꽃들, 손가락 새로 빠지는 모래알들, 우리가 부풀려 생각한 실마리나 가슴속 이미 잊혀져간 언어 심지어 내 손을 떠난 모종의 아픔까지 들추어 본다.

     목을 맬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찾는 사내, 더디어 바닥에 닿는다.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이다. 외부세계와의 단절과 내부의 해방을 찾는다. 들보에 맸던 넥타이처럼 검정 건반에 대한 구속력이었다면 얼음 위를 걷는 것은 자기합리화이자 해방이다.

     다시 시계는 내부의 역으로 돌기 시작한다. 언제 다시 이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얼음은 누가 가져다 놓았을까? 시에 대한 고정관념(고체화)이다. 머리카락 같은 실타래가 11처럼 그것을 더하면 2가 되듯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세계, .

 

 

     夕陽秋草本無情 석양추초본무정

     偏與詩人伴一生 편여시인반일생

 

     옛 시인은 석양과 가을 풀과도 벗을 삼았다. 한때는 융성했던 시기가 있었다. 발과 방 사이는 불과 몇 척 되지 않았다. 그 세계를 깨닫는다면 이미 우리는 늙었다. 춤은 모두 끝났고 박수가 친다. 갓끈은 눈물로 충분히 적시고도 남겠다.

 

     舞罷樽前仍拍手 무파준전잉박수

     不知熱淚已沾纓 하지열루이첨영

 

     우리는 어쩌면 순간순간 목을 매지 않는다면 뜻하는바 이루기 어렵겠다. 석양에 이른 붉은 해, 가을 풀처럼 시든 생일지라도 시는 우리의 인생 묘미라 하겠다. 까만 갓끈처럼 뜨거운 열망으로 묶을 수 있는 시, 단 한 편을 위해 오늘도 시인은 얼음 위를 걷는다.

 

=============================

     김유석 1960년 전북 김제 출생 1990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漢詩 姜慶文 榕燈詩話 191p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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