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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싱크홀 /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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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5회 작성일 18-09-24 00:36

본문

새벽의 싱크홀 / 김종태

 

 

 

 

     움푹 파인 그림자 속으로 가녀린 소리들이 웅얼거린다

     성에 낀 유리창에 실금이 번져가는 소리 같고

     첼로의 기러기발이 저절로 떨리는 소리 같고

     먼 길 떠난 아버지 흙 묻은 등산지팡이 소리 같고

     노점의 접이식 가판대 등불 내리는 소리와 같다

     주저 없이 더 먼데로 떠나간, 술에 취한 애인들

     그들이 다시 이 골목으로 돌아오진 않겠지만

     아무 음역으로라도 지난 시절 밀어를 내뱉고 싶다

     밤새들이 지나가는 하늘의 길이 만든 검은 성호는

     태반으로 돌아갈 길들이 이 웅덩이에 있다는 뜻 같다

     환상지를 앓는 아스팔트가 기지개 켜는 새벽의 부도심

     집을 찾아가는 사람들 발걸음이 군장을 멘 듯한데

     시절 제각각의 유행가들 섞이는 여명은 아련하다

     작고 긴 짐승의 목구멍 속에 들어간 나무의 혀를

     핥아대는 모래바람은 첫 여자를 대하듯 버스를 기다린다

     구멍에서 자란 공기 방울들이 그 아픈 심장을 만지작거린다

     저 구멍 속은 나 아닌 것들의 눈빛으로 가득 차 있다

     저 구멍 속은 부끄러운 기억들로 부풀어 오른다

     저 구멍 속에는 살아서 볼 수 없는 언어의 유적이 있다

 

 

 

鵲巢感想文

     詩를 쓰는 사람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다. 시를 쓰는 사람은 고독하다. 세상과 벽을 두고 헤쳐 나가야 할 일을 못내 꺾고 가녀린 소리로 울부짖는 그림자다. 창에 낀 유리창에 실금이 번져가는 소리처럼 냉혹한 자기 성찰뿐이며 첼로의 기러기발이 저절로 떨리는 소리처럼 운까지 따라 먼 길 떠난 아버지 흙 묻은 등산지팡이 소리처럼 투박할지라도 먼저 나서는 길라잡이며 노점의 접이식 가판대 등불 내리는 소리와 같이 하루 마감하며 걷는 책임감이다.

     주저 없이 더 먼 데로 떠나간, 술에 취한 애인처럼 삶은 지나갔다. 지나간 생은 다시 이 어두운 골목으로 돌아오진 않겠지만, 아무 음역으로라도 밀어처럼 내뱉고 싶은 것이 시인의 마음이다.

     보라! 밤새들이 지나간 저 하늘 길 말이다. 검은 성호는 태반으로 돌아갈 길들이 이 웅덩이에 있다는 뜻과 같다. 밤새는 시인을 제유한 시어다. 그러면 검은 성호는 시가 되며 웅덩이는 또 다른 표현이겠다.

     환상지를 앓는 아스팔트가 기지개 켜는 새벽의 부도심, 아스팔트의 색감과 형태를 유심히 보아야겠다. 새벽의 부도심에 시인은 마음을 볼 수 있으며 그 길은 환상지처럼 몽롱함에 젖다가 결국 집을 찾아 나서는 군홧발과 같다. 치열한 시 쓰기다.

     시절 제각각의 유행가들 섞이는 여명은 아련하다. 엊그제 들었던 것 같은 방탄의 노랫말도 다시 들으면 아주 오랜 시간인 듯 한데 십 년 단위로 넘어가는 옛 가삿말은 아득하다.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와 같은 글귀를 맺는 일은 아무래도 첫 여자를 대하듯 두근거림과 서툰 글발뿐, 무미건조한 언어의 세계에 달관에 이르는 일은 그리 쉽지가 않았다.

     구멍()을 보면 나 아닌 것들의 눈빛만 가득하고 구멍을 보면 부끄러운 기억들이 부풀어 오른다. 구멍을 보면 살아서 볼 수 없는 언어의 유적만이 있을 뿐이다.

 

     一別湖山兩宿春

     出門牢落少遭逢

 

     조선 말기 시인 이학원의 가락이다. 이건창과 김윤식과 시를 주고받았다. 관직에는 진출하진 못했으나 그의 글귀가 마치 시인과 구멍을 보는 듯해서 넣어보았다. 고향산천 떠난 뒤 봄을 두 번이나 보냈건만 문 나서면 쓸쓸하고 만날 사람은 거의 없다. 시인은 글귀가 고향이다. 잠시 떠도는 영혼을 안착할 수 있으니 고향과 다름없겠다.

     명절 한가위를 맞는다. 湖山只一春 出門客多逢이다. 손수 지었다만, 뜻이 바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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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태 경북 김천 출생 1998년 현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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