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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연기 / 나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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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9회 작성일 18-10-03 21:38

본문

무거운 연기 / 나금숙

 

 

 

 

     모든 변신을 사랑한다 무너지며 포효하는 검은 탑, 검붉은 벼랑, 광풍이 뒤집는 사시나무 잎사귀, 옆구리를 찢는 물고기의 물결,

 

     벌어지는 꽃잎 속에 파묻힌 거미, 참나무 껍질에 이빨을 박는 박새의 착란,

 

     오 나는 변형을 사랑하네 네가 나를 꾸욱 터치할 때, 오십 센티 끈끈한 바탕 화면에서 응고된 세계가 밀가루처럼 풀리고, 그러므로 땅 속 지도를 바꾸는 유충은 숭고하다.

 

     무겁게 날개를 젓는 알바트로스처럼 땅 속을 휘젓는 그들은 부드러운 살 속에서 직선으로 달아나려고 한다

 

     휘어짐이 새 근육을 만들면, 응집된 구석은 밀려나고 밀리고 밀려 얇아지고 그 위에 지느러미들, 힘찬 꼬리들이 지어내는 모든 자웅동체들을 사랑한다.

 

     자웅동체 아닌 것들을 사랑한다 하나였다가 나뉘어진 것들을, 내 몸인 듯 내 몸 아닌 내 몸 같은

 

     그러면서 휘발하려는 향을 가두는 향 제조사들 뚜껑을 닫는다, 세기의 급한 눈꺼풀을.

 

 

 

鵲巢感想文

     시제부터가 재밌다. 무거운 연기煙氣. 연기는 원래 가볍다. 불을 지피거나 무언가 태울 때 떠오르는 기운이다. 물론 가라앉는 경우도 있지만 대충 바람에 날아간다. 여기서는 어떤 기운을 제유했다.

     박새처럼 글을 파고 글의 그 매력에 착란 같은 일이 있었다. 숨죽이며 걷는 거미를 낚듯 아니면 포효하는 검은 탑을 쌓아 올리기 위한 제반적인 여러 사랑의 표현이다. 이러한 사랑은 모두 가변적이며 마치 벌어지는 꽃잎 속을 보듯 꾸욱 터치하고 만다.

     그러므로 땅 속 지도를 바꾸는 유충은 숭고할 따름이다. 유충은 독자를 제유한 표현이겠다. 마치 번데기에서 부화한 성충과도 같지만 그 성질은 다르다.

     여기서 독자를 제유한 문구를 가려보자. 무너지며 포효하는 검은 탑, 검붉은 벼랑, 광풍이 뒤집는 사시나무 잎사귀, 옆구리를 찢는 물고기의 물결, 벌어지는 꽃잎 속에 파묻힌 거미, 참나무 껍질에 이빨을 박는 박재의 착란, 알바트로스처럼 땅 속 휘젓는 그들, 지느러미와 자웅동체 및 향 제조사와 세기의 눈꺼풀은 모두 독자의 이면적 표현이다. 숟가락은 그대로인데 휘어진 세계를 우리는 보고 있다.

 

     이 가을 미친 듯이 책만 읽고 응고된 세계가 밀가루처럼 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십몇 년 전이었다. 미국의 유명 마케팅 학자였다. 마케팅에 집중하라, 고객은 구멍을 뚫고 싶지 드릴을 사지 않는다. 마케팅의 제2법칙이었다. 제품을 팔지 마라!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뜻이었다. 정말 해결책을 도입하여 수년간 커피 교육을 했다. 커피 천하를 본다. 암담하다. 커피밖에 할 수 없는 이 시장에서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하나! 땅 속 지도를 바꿀 수 있는 숭고한 유충의 길은 무엇인가?

 

     秋陰漠漠四山空

     落落無聲滿地紅

     立馬溪橋問歸路

     不知身在畵圖中

 

     가을 하늘 아스라하고 사방 산은 휑한데

     소리 없이 지는 잎에 땅 가득히 붉었어라.

     다릿가에 말 세우고 돌아갈 길 묻노라니

     화폭 속에 내가 있는 줄 알지도 못 했어라.

 

     三峯 정도전鄭道傳. 우리나라는 어느 지역에 이르러도 사방 산으로 빙 둘러싸였다. 이제 가을이다. 붉은 잎은 떨어져 마당을 더욱 붉게 만들 것이다. 정말이지 이 화폭에 휑하니 나는 서 있다.

     身在畵圖中

     塞鴻何處去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

     나금숙 전남 나주에서 출생 2000년 현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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