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여관 / 이병률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눈사람 여관 / 이병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1회 작성일 18-11-27 11:40

본문

.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 / 그러면 날마다 아침이에요

 

     밥은 더러운 것인가 / 맛있는 것인가 생각이 흔들릴 때마다 / 숙박을 가요

 

     내게 파고든 수북한 말 하나 /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모든 계약들을 들여놓고 / 여관에서 만나요

 

     탑을 돌고 싶을 때도 그만두고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내가 껴안지 않으면 당신은 사라지지요 / 길 건너편 숲조차도 사라지지요

 

     등 맞대고 그물을 당기면서 /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면 / 그게 어디 여관이겠어요

 

     내 당신이 그런 것처럼 / 모든 세상의 애인은 눈사람

 

     여관 앞에서 / 목격이라는 말이 서운하게 느껴지는 건 그런 거지요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 / 거짓을 생략하고 / 이별의 실패를 보러

 

     나흘이면 되겠네요 / 영원을 압축하기에는 / 저 연한 달이 독신을 그만두기에는

 

                                                                                                         -눈사람 여관, 이병률 詩 全文-

 

     鵲巢感想文

     詩가 어쩜 이렇게 차분하고 노래처럼 읽힐까요. 남성이 썼다기에는 너무 감미로운 것 있죠.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 한 소절로 읽었습니다. 여기서 눈사람은 세상 모든 애인입니다. 여관은 규범적인 관념을 말합니다.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간다는 것은 내가 본 어떤 가치관을 규범적 관념의 테두리에 두고 사색을 즐기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물에 대한 價値觀詩人은 눈사람으로 의인화擬人化한 것이지요. 규범적規範的 테두리 안에서는 늘 아침입니다. 새롭게 시작試作하는 하루의 시작始作이자 시작詩作입니다.

     밥은 더러운 것인가 맛있는 것인가 생각이 흔들릴 때마다 숙박을 가요. 밥의 색감을 봅시다. 하얗습니다. 밥은 무언가 영양을 제공하는 먹거리입니다. 시작詩作의 시작始作은 그냥 나오지는 않습니다. 무언가를 먹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시작활동詩作活動을 두고 먹는 것에 대한 詩人의 가치관價値觀은 흔들리는 것입니다. 과연 이것이 더러운 것인가 하며 반문을 하고 이러한 것이 흔들릴 때마다 혼숙混宿을 합니다. 숙박宿泊을 하는 거죠. 숙박이란 혼돈混沌의 세계世界에 접어드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혼숙을 하고 나면 내게 파고든 수북한 말 하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내 것인지 분간이 갑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은 마치 모든 계약들을 들여놓고 규범적 세계관에 맞추려고 조율하듯 밀고 당기는 행위의 연속입니다.

     탑을 돌고 싶을 때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내가 껴안지 않으면 당신은 사라지지요. 역시 詩人愛人은 따로 있겠습니까? 글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마치 절간에 탑을 보고 님을 부르는 기도처럼 탑돌이 하는 것과 같아요. 이것도 내가 싫으면 그만입니다. 그럴수록 詩的 흥미興味와 감흥感興은 떨어지게 마련이고 그만 는 순간 또 날아갑니다. 그나마 마련해 두었던 한쪽 모서리에 젖혀두었던 숲조차 사라지겠지요. 숲은 일종의 글을 제유한 겁니다. 완성작에 접근한 일종의 가작과 습작물이지요. 그러나 이 에서는 마치 여관과 눈사람과의 혼돈을 제공한 동시에 숲까지 나오니 약간은 탐미적으로 읽는 사람도 나오겠지요. 이러한 글쓰기는 詩人의 의도적意圖的 기술技術입니다. 물론 이러한 기술도 약간의 경험이 분명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습니다.

     등 맞대고 그물을 당기면서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면 그게 어디 여관이겠어요. 그렇습니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여기서 여관은 규범적 세계관입니다. 물론 고체화된 어떤 정물의 세계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이 세계에 밀고 당기는 그물과 이것들과의 진정한 대화는 를 의미하고 재창조하는 하나의 혁신의 과정입니다. 그러한 진정한 규범이 없다면 그것은 여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한 권의 시집을 만드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내 당신이 그런 것처럼 모든 세상의 애인은 눈사람입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애인 아닌 게 어디 있겠습니까? 눈 자꾸 돌아가고 돌아가다가 또 돌아가는 세상 아입니까? 그러니 詩 生産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새로운 는 자꾸 탄생하는 거지요. 多多益善입니다. 그러나 유방과의 관계에서 한신 짝은 나지 말아야겠지요. 까딱 잘못하면 목 날아갑니다.

     여관 앞에서 목격이라는 말이 서운하게 느껴지는 건 그런 거지요. 그러니, 목격했다는 말은 삼가 합시다. 여관은 자주 드나들어야 건강합니다. 그러니 오늘 이 텍스트를 보는 , 여관 다녀오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여관이 없다고요. 네 그러면 여관 한 권씩 사시길 바랍니다.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 거짓을 생략하고 이별의 실패를 보러 말입니다. 이별이 성공하면 는 탄생하지 않습니다. 이별의 실패가 있어야 진정한 詩 生産은 있는 거지요. 그러니 오늘도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셔요.

     나흘이면 되겠지요. 그런가요. 저는 하루면 족합니다. 그러면 과민성이자 조루증인가요? 저 연한 달이 독신을 그만두기에는 어쩜 이렇게 종이 한 장도 제유를 잘할까요. 얇고 보드랍고 부드럽기까지한 이 낯짝은 연한 달이라고 합니다. 오늘도 살포시 어루만지면서 하루 시작해요.

     잘 감상했습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56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22 1 07-07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 03-18
415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 03-15
415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 03-14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3-08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3-03
415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1 02-18
414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2-16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2-11
414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1 02-04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2-03
414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1-29
414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3 01-28
414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1-26
414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0 01-25
414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1 01-22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2 01-20
413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 0 01-19
4138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1 01-14
413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1-08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 0 01-03
413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12-24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 0 12-22
413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12-21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 0 12-07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 0 12-03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 0 11-30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 11-23
412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4 1 11-18
412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 0 11-17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11-16
4125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11-15
412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11-14
412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1 1 11-11
412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11-10
412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11-06
411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 11-03
411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2 10-31
411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2 10-28
411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0 10-23
411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0 0 10-19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 10-14
4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 10-06
411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0 10-05
411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 0 10-04
41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1 10-02
410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9 0 09-21
410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3 0 09-17
410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 0 09-1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