墨白 /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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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7회 작성일 18-11-28 00:01본문
望月망월 / 宋翼弼 송익필
未圓常恨就圓遲 圓後如何易就虧
三十夜中圓一夜 百年心事總如斯
미원상한취원지 원후여하이취휴
삼십야중원일야 백년심사총여사
항시 둥근 것은 둥글게 나아가는 것도 더디기만 하고
둥근 후 어찌 저리 쉽게 이지러지는 것인데
서른 날 밤 가운데 둥근 때는 딱 하룻밤
백년의 마음에 둔 일이 꼭 이와 같구나!
詩人 송익필에 대해서는 전에 한 번 쓴 적 있다. 여기서는 송익필의 생몰연대만 간략히 적어놓는다. 詩人은 1534(중종 29)년에 生하여1599(선조 32)년에 卒하였다.
위 한시 중 어려운 한자는 遲字와 虧字다. 이 字도 한시에서 자주 보니 그리 어려운 자는 아니다. 뜻은 더디거나 느린 것을 지遲로 이지러지는 것이 휴虧다. 달은 원래 차고 이지러지는데 사람들은 유난히 꽉 찬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달은 원래 달이었다. 사람도 마찬가지겠다. 그러므로 노자는 칭찬과 비난을 크게 생각지 마라 했다. 노자는 이를 총욕약경寵辱若驚이라 했다. 모두 내 몸에는 해로운 것이다. 나는 원래 나였다.
⋁.
왜 모든 것은 반복되는 것일까 왜 모든 감각은 죽 있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것일까 이 별의 모든 것들은 왜 끊임없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걸까 반복되는 삶이 지루하지 않고 무시무시하다
인간은 반복되는 존재다, 라고 말해도 겸손을 위장할 수 있을까 어느 생에선가 내가 살아낸 적 있는 삶을 당신이 지금 왜 똑같이 살아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가장 무서운 형벌은 반복을 반복하는 것
오래전 내가 살았던 삶은 지금의 삶과 너무 다르지만 결국 같은 것을, 당신과 내가 다음 생에도 무언가 이상한 일을 반복하리라는 것을, 그러기 위해 꼭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을
검고 희고 붉고 푸르고 밝고 어두운 것들의 세계에 들어 회오리치며, 당신과 나는 여러 생을 지나도록 만나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반복을 기다리고 여러 생이 지나도록
-墨白, 조용미 詩 全文-
鵲巢感想文
이 詩 또한 輪廻가 들어가 있다. 시제가 묵백墨白이다. 흑백黑白이 아니라 묵백墨白이다. 묵墨을 가만히 보면 흑黑 자에 흙 토土 字 하나 더 붙었다. 사실 묵자의 부수는 흙 토土 자다. 모든 것은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봄처럼 새로 태어나는 것들이 있다. 가령 개나리꽃은 지난해 핀 것과 올 해에 핀 것 또 내년에 필 꽃까지 모두 개나리지만 그 꽃은 각기 다르다.
詩는 올해도 생산하며 2,500년 전 공자시대 때도 詩는 있었다. 미래에 인간이 있는 한 詩는 계속 생산될 것이다. 아무리 인간이 욕심이 많아도 제 구실과 역할이 있다. 거기까지다. 더 바랄 것도 없으며 그렇다고 요구하지 말아야 할 것도 사실 없다. 거저 능력껏 살면 된다.
조물주는 참 신기할 따름이다. 모든 것은 반복인데 이 반복적 운동을 통해서 우리 인간은 하루를 깨닫는다. 시인은 가장 무서운 형벌은 반복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생을 제대로 산 사람이라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 주어진 삶이 과거보다는 나으니까! 어쩌면 인간의 욕망은 노화와 더불어 점차 죽여 나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만하면 됐다고, 그러면서도 우리는 반복하고 좌절하고 또 잃고 깨닫는다.
죽음의 의미도 그렇다. 매일 잠을 청하며 새벽을 맞는다. 잠자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유만 있으면 종일 자고 싶다. 휴대전화기 그냥 꺼버리고 온종일 잠에 취해 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생각해 본 적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잠도 뒤끝이 깔끔하다면 더 편안하다. 푹 잠들기 전에 최선을 다하자.
뼈골이 묵 빛이 들도록 삶을 살았다면 잠도 편안하다. 뼈골 같은 아침이면 묵 빛은 사라진다. 사라진 묵 빛은 누가 또 읽을 것이다. 나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오늘 저녁은 새로운 묵 빛이고 다음 세상에 무엇으로 깨어날지는 모르나 개운한 아침을 맞겠다. 그러므로 이 詩의 시제는 묵백墨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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