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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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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명자꽃 / 채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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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회 작성일 18-12-01 18:59

본문

.

     오래도록 산길을 걸어온 저녁. 마침내 산의 출구를 나서면 해는 지고 어스름이 나직이 깔린 들판이 잔물결도 없이 응고된 안개로 퍼져나간다.

     하늘은 표면장력으로 지평선을 팽팽히 끌어당기고 먹 묻힌 긁은 붓이 획을 긋다 멈춘 곳에 검은 구름이 번져 내릴 때 한 등불이 속삭이듯 끌어당긴다.

 

명자꽃,

나는 누구인가?

     어두운 몸 안에 만져서는 찾을 수 없는 유난히 밝은 동통이 시신경을 잡아당기는 저녁의 깊은 곳에서

     명자꽃, 뜨거운 불빛이 겹겹 어둠에 에워싸였다 한 겹 한 겹씩 자신을 탈피하는,

     명자꽃 불빛은 활시위를 떠난 밝은 촉으로 정신을 파고든다.

 

     나는 누구인가?

     우연히 눈 맞춘 참새의 동공에 담겨

     솟구쳐올라 시선 겨누는 대로 흩어지다가

     명자나무 어두운 가시에 터져 밤으로 스며드는

     나는 누구인가?

     명자꽃,

     밤의 광막함이 그 등불에 기댄다.

 

                                                                                                         -명자꽃, 채호기 詩 全文-

 

     鵲巢感想文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명자를 본 적이 있다. 를 처음 느끼며 읽을 때였다. 大餘 김춘수 선생의 낭산의 악성 백결선생이라는 서사시를 읽을 때였다. 솔직히 춘수의 를 읽을 때는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를 읽을 때는 운이 있어 를 읽는 속도감을 불러일으키는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어떤 감동을 받는다. 그러니까 의미는 모르는데 그 운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그런 경험을 가져본 적이 있었다. 그의 시를 잠깐 옮겨보면

 

     1. 낭산의 봄

         -출생

 

     바람아

     꽃샘바람아.

     아직도 서리 묻은

     하늘을 날다가

     목련화

     매화

     영산홍

     명자

     남천

     어린 남천을 부벼 주고 만져 주고

     흔들어 주고,

     알천을 건너

     낭산을 불고 있었네.

     알천의 개나리

     낭산의 진달래

     복사꽃은 벌써

     어디선가 우련히 지고 있었네.

     가까이에서

     열릴 듯 열릴 듯

     밝아 오는 대낮,

     암탉이 높이높이 홰를 치고 있었네.

 

     이리 하여 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시집 한 권 분량 이상이다. 물론 대여가 쓴 명자와 채호기 선생께서 쓰신 명자와는 다르겠다. 는 선생의 시집 제일 첫 장에 나오니 이 시집의 서시 격이다.

     수많은 강태공들이 갖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월척을 낚거나 시간을 낚는다. 둘 다 낚으며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도 있겠다. 글쟁이들이 한 편의 를 낚기 위해 어둠을 불살라 착란하기도 하며 아무리 기다려도 켜지지 않는 똑딱 스위치에 만져질 수 없는 검은 방을 애타게 몰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 끝에 하나의 대물을 낚았다 싶으면 이것은 명자 꽃이다.

     그러면 우리가 낚은 이 명자 꽃은 어떻게 되었나?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이름을 부여하며 인식할 수 있게끔 본연의 의무는 충실했던가! 많은 시인들은 명자를 낚아도 명자는 어디 가고 없고 명자의 모체 또한 흐지부지하게 사라져 가는 것이 이 바닥이다.

     요즘 각 신문사마다 신춘문예가 또 한창이다. 글 좀 쓴 사람이거나 또는 이것으로 등단의 기회를 잡으려는 이에게는 꽤 관심사다. 화투다. 꽃들의 결투, 정말 이름난 명자 꽃으로 피어나길 원하는 그 꽃의 생존, 그간 밤마다 광막함의 밤을 열고 그 등불에 기대며 어두운 가시 같은 밤을 먹었다. 나는 누구인가? 명자 꽃

     불빛이 정신을 파고드는 아니,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는 먹물 한 방울 그 지평선의 표면장력을 탱탱 걸을 수 있게 세상 모든 잔물결을 안개로 뒤덮을 그런 명자, 명자 꽃 기대해 본다.

     집에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은 종일 외로웠던지 수화기를 놓지 않았다. 꽃 같은 말씀을 잇고 또 이으며 꽃을 피웠다. 그래 저녁은 먹었나? 네 이제 먹으러 가요. 어디? 집이가, 아뇨 식당입니다. 애들하고 같이 먹나? 아뇨, 혼자 밥 먹습니다. 어머님은 크게 웃으시며 그래 맞다. 요즘 다들 혼자 밥 먹고 다닌다고 하더구나. 굶지나 말고 때는 꼭 챙겨먹어. . 나에게는 어머님이 명자 꽃이었다. 어머님의 그 말씀 한 마디는 살아 있다. 정이 묻어 있어 끈끈하다.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명자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보고 새길 수 있으니까! 그런 명자 어디 없나?

     그래 명자, 명자 꽃,

     많은 시인들이 시집을 낸다. 유명 출판사에 내기도 하고 3류 급도 안 되는 이름 없는 곳에서 거저 들꽃처럼 몸 사르며 혼자 피었다가 가는 꽃도 있다. 저 홀로 저 창공을 혼자 만끽하며 유유히 피었다가 가는 목련화, 매화, 영산홍, 명자, 남천, 어린 남천을 부벼 주고 만져 주고, 흔들어 주고, 알천을 건너 낭산을 불고 있었네. 알천의 개나리, 낭산의 진달래, 복사꽃은 벌써 어디선가 우연히 지고 있었네, 가까이에서 열릴 듯 열릴 듯 밝아 오는 대낮, 암탉이 높이높이 홰를 치고 있었네. 그렇다, 어디선가 또 명자는 명자 꽃은 그렇게 암탉이 높이높이 홰를 치고 있듯 어느 경계점을 오르고 있었다.

     그의 시는 비록 자위일지는 모르나, 그 고난의 시간을 암투하는 명자 꽃이었다.


     에휴 나는 왜 이런 명자 꽃을 생산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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