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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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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달의 궤도 /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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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4회 작성일 18-12-12 21:0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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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에서 가져온 돌 속에 달이 갇혀 있다 그건 달의 문양일 뿐 달빛이 없다 달이 되지 못하는 돌들은 달의 궤도가 필요하다 돌에 박힌 달은 무표정하고 살짝 찌푸린 근시이다 돌 속의 달에게 중력이 생기는 순간, 가면의 얼굴조차 간절해 보이는 또 다른 가면을 달의 눈이 찾았다 애면글면 달빛이다 움푹 꺼진 기억마다 수면이 생기면서 물을 머금고 선명해지는 달, 인중이 긴 달, 여전히 달의 뒷면은 돌에 박혀 보이지 않는다 달은 어디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가 뱉지 못하는 것을 삼킨 달이 문득 밝아질 때가 있다 그게 사무치는 일이 될 때, 달의 표면은 거칠다 달을 받들고 있는 허공이다

 

                                                                                                        -달의 궤도, 송재학 詩 全文-

 

 

     鵲巢感想文

     예나 지금이나 시적 소재로 달만큼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없지 싶다. 가령 이백의 시 정야사靜夜思를 보면 擧頭望明月 低頭思故鄕이라는 시구가 있다. 고개 들어 저 밝은 달을 보니 고개 숙여 고향만 생각한다는 말이다. 유일무이한 존재로 달만큼 빛을 발하는 것도 사실 없다. 요즘은 문학적 소재로 달을 쓰지만 예전처럼 풍경을 그리거나 향토적이지는 않다. 하나의 이상으로 꿈과 목표다.

     시인의 시를 보면 강에서 가져온 돌에 달이 갇혀 있는 것으로 시는 시작한다. 보통 강은 흐르는 물이라는 관점에서 시간을 많이 비유한다. 여기서 강은 처소격으로 특정한 장소로 쓰이지만, 역시나 흐르는 어떤 개념도 암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돌에 달이 갇혀 있으니 시어의 기표記標를 떠나 돌은 일단 달보다는 큰 개념이 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나무보다는 숲이 더 크듯이 시보다는 시를 안치한 시집이 더 큰 개념과 같다.

     그건 달의 문양일뿐 달빛이 없다. 여기서 달빛과 문양은 대조적이다. 문양이 상대의 것이라면 달빛은 자아의 개념이다. 그러니까 달이 되지 못하는 돌들은 달의 궤도가 필요하다. 여기서 달이 되지 못하는 돌은 우리가 그리는 하나의 세계관에 그 이상향이다. 달의 궤도는 이미 어떤 한 경계를 넘어선 존재로 그것을 보아야 하는 주체는 달이 되지 못한 돌들이다.

     돌에 박힌 달은 무표정하고 살짝 찌푸린 근시이다. 필자 역시 이 시집을 보면서 치타를 몰고 있으니 무표정과 살짝 찌푸린 근시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달의 궤도를 보고 있는 셈이다. 궤도와 궤적은 비슷한 것 같아도 엄연히 다르다. 궤도는 움직이는 경로라면 궤적은 지나간 자국이다. 시는 하나의 달로 뜬 것과 다름없고 이것을 보며 감상하는 일은 궤적軌迹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시에서 묻어나는 일정한 힘과 그 경로를 알아나가는 과정이라 궤도軌道가 맞다.

     돌 속의 달에게 중력이 생기는 순간, 가면의 얼굴조차 간절해 보이는 또 다른 가면을 달의 눈이 찾았다. 중력은 시적 교감을 말한다. 당기는 힘이다. 가면의 얼굴은 달의 문양이다. 그러면, 또 다른 가면은 달빛이 되겠다. 달빛을 달의 눈이 찾았다는 말은 시 인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시인은 달빛에 대한 묘사를 더욱 자세히 한다. 애면글면 달빛이며 움푹 꺼진 기억마다 수면이 생기면서 물을 머금고 선명해지는 달, 인중이 긴 달, 여전히 달의 뒷면은 돌에 박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시인이 쓴 시의 뒷면은 독자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으로 자연의 달 또한 그 뒷면은 우리 인간은 볼 수 없다. 요즘은 과학문명이 꽤 진보한 세상이라 로켓 탐사로 그 뒷면까지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람의 마음을 로켓 탐사로 본다는 것은 좀 아이러니한 얘기겠다.

     달은 어디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가 뱉지 못하는 것을 삼킨 달이 문득 밝아질 때가 있다 그게 사무치는 일이 될 때, 달의 표면은 거칠다 달을 받들고 있는 허공이다. 거칠다는 말은 매끄럽지 못한 것을 비유한 것이고 허공은 뱉지 못하는 것을 삼킨 여러 정황을 묘사한다.

 

     달의 감상

     처음 달을 대하고 바닥에서 흐른 클래식이 되는 날 하늘을 처음 보았다지 보름달만치 가득한 것도 없을 것이네 회색 바닥은 그 달을 보고 차이콥스키를 들었지

     달의 문양은 누구도 모르고 있었고 하도 답답해서 달의 아재를 끄집어내어 모두 토막을 내었다지 그전까지만 해도 돌은 모두가 잘못된 것이라고만 믿었다지 까맣게 말이야

     망치보다는 커피를 커피보다는 바닥을 그 바닥에 씻긴 핏자국을 물로 씻어 보내며 그 바닥에도 달빛이 되는 줄은 몰랐다지 돌아가는 그 뜨거운 문양을 보다가 참으로 반갑기 그지없었지

     우리는 달의 문양에 들어가고 싶었지 달의 중력에 발굽을 씻는 날까지 가면이 허공의 버팀목이 될 때까지

     달이 중천에 떠 있다가 회색 바닥을 비추고 그 회색 바닥을 밟고 가는 돌들의 오가는 소리에 반갑고 어찌 살았는지 확인하고 말이야 그러나 돌 속은 아직도 결딴난 연골이 흐르고 있어

     문지방이 닳도록 달의 궤도는 무참히 지나갔던 거야

     모래만 걷다가 물을 만나니 어찌 반갑지 않은 낙타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낙타의 울음소리로 멀리 저 멀리 우리가 모르는 곳까지 달의 비명을 날리고 싶어

 

 

     鵲巢

     전등처럼 밝은 구슬 어느 것이 와도 깨지지 않는 구슬 움직대지 않는 구슬 묵직하게 도로 튕겨 낼 수 있는 구슬 그 하나를 그렇게 갖고 싶은 적 있었지

     다리를 벌리고 소매를 접고 무릎처럼 이야기를 만들고 이마에 맺는 땀방울을 닦으며 소년이 골목대장이 되는 가장 멋진 세계

     너는 언제나 불룩하게 넣어서 다녔어 동네 놀이터에 가면 또래 아이들은 늘 있었고 우리는 다만 바퀴가 되었지 방과 후면 운동장 한 복판에다가 구멍을 팠더랬지 이 구슬 저 구슬 다 모인 가운데 구슬치기란 살벌했지 어느새 구멍에 빠지면 영락없이 지고 마는

     빈 주머니로 모래바닥만 훑으며 집에는 가기 싫었어 영원히 헤어나지 못하는 소라껍데기는 아니라고

     끄떡하지 않는 쇠구슬, 어둠의 바닥이 거칠어도 교문 밖을 나서면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 번득이는 진돗개가 허공에 이빨을 박아도 거저 웃음이 나는 쇠구슬

     먹고사는 일은 끝났다며 더 단단하고 둥근 몸만 만들었잖아

     살벌하게 접었던 소매를 내리고 파편처럼 깨진 것은 다시 모았잖아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만지작거렸잖아 다시는 빠지지 않을 거라고 구멍에다가 깃대를 꽂고

     바퀴의 덩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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