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 박성우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두꺼비 / 박성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155회 작성일 15-07-08 07:55

본문

화가 황재형 씨의 ‘아버지의 자리’.

 

 

 

두꺼비



아버지는 두 마리의 두꺼비를 키우셨다

해가 말끔하게 떨어진 후에야 퇴근하셨던 아버지는 두꺼비부터 씻겨 주고 늦은 식사를 했다 동물 애호가도 아닌 아버지가 녀석에게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나는 녀석을 시샘했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녀석을 껴안고 주무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살짝 만져 보았다 그런데 녀석이 독을 뿜어내는 통에 내 양 눈이 한동안 충혈되어야 했다 아버지, 저는 두꺼비가 싫어요

아버지는 이윽고 식구들에게 두꺼비를 보여주는 것조차 꺼리셨다 칠순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날이 새기 전에 막일판으로 나가셨는데 그때마다 잠들어 있던 녀석을 깨워 자전거 손잡이에 올려놓고 페달을 밟았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아버지는 지난 겨울, 두꺼비집을 지으셨다 두꺼비와 아버지는 그 집에서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 봄이 지났으나 잔디만 깨어났다

내 아버지 양 손엔 우툴두툴한 두꺼비가 살았었다    

추천2

댓글목록

무의(無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슴이 먹먹하다. 두꺼비의 정체는 고단했던 삶의 흔적을 담은, 아버지의 울퉁불퉁하고 거친 손이었다. 시인은 긴 겨울잠에 들어 봄이 와도 깨어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가식 없는 언어에 짙은 여운으로 남긴다.

마음이 울컥해진다. 그제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마주친 화가 황재형 씨의 ‘아버지의 자리’. 골 깊은 주름과 그렁그렁 물이 차오른 소 같은 눈. 그 울음 한번 터지면 주름의 강물을 채우고도 넘쳐흐를 듯, 노새처럼 살아온 어느 늙은 아버지의 생애가 거기 있다.
 
코끝이 찡해진다. 시인 원재훈의 첫 장편 ‘망치-아버지를 위한 레퀴엠’의 책장을 덮으면. 6·25전쟁 참전용사로 훈장처럼 일곱 개의 쇠막대를 다리에 품고 살았던 아버지의 생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소설의 실마리를 준 아버지를 떠나보낸 기억을 작가는 서문에서 들려준다. ‘몸이 더이상 뜨겁지도 않은 불구덩이에 들어가 두어 시간이 지나자 팔십 인생은 쇠막대만 남기고 더이상 태울 것도 없었다. 나는 아버지가 사라진 자리에서 아버지를 보았다. 저 무거운 걸 몸에 지니고 살아온 사람. 그 휘어진 등에 업혀 있는 우리 가족의 모습.’

이 한 주에 접한 소설과 그림 위로 박성우 시인의 작품이 겹친다. 시나 소설이나 그림이나 연로한 아버지들의 열전은 제각기 다른 듯 어딘지 닮아있다. 힘겹고 고달픈 평생의 배역을 마치고 무대 밖으로 퇴장하기 시작한 윗세대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성년을 훌쩍 넘긴 자식의 마음자락에 아련히 스며든다.

올해 우리 사회에선 부성애(父性愛)가 새로운 화두가 된 것일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7번방의 선물’과 시청자들을 울린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 이어 신세대 아빠와 자녀의 여행을 소재로 한 ‘아빠! 어디가?’란 예능 프로그램까지 대중의 눈을 끌고 있다.

권력과 권위는 거세된 채 의무와 희생만 떠안은 한 존재를 잠시 잊고 있었다는 표정들이 그런저런 화면을 채우고 있다. 나 외롭고 힘들다고 투덜대느라 불우이웃돕기 운동보다 등한시했던 것이 아버지의 인권이었나. 그래도 아버지란 말의 무게와 씨름하며 한 주를 잘 버틴 이들에게 꽃피는 봄날이 작은 위로가 되어주길….
 
고미석

Total 4,158건 32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608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1 0 09-18
260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 0 09-17
260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 1 09-15
260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1 09-14
2604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 09-14
260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 09-13
260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 0 09-12
260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 0 09-10
2600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5 1 09-10
259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 0 09-09
259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8 0 09-07
2597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0 09-06
259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 09-06
259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1 1 09-04
259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6 1 09-03
2593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 0 09-02
259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0 1 09-01
259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 0 08-30
25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0 08-30
258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 0 08-29
2588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1 08-29
258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 0 08-28
258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 0 08-28
258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 1 08-27
2584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9 1 08-25
258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0 0 08-24
258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 0 08-23
258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5 0 08-23
258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1 08-22
2579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 0 08-21
257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 0 08-21
257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 0 08-20
257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 0 08-19
257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8 1 08-18
2574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 0 08-18
257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 0 08-17
257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7 1 08-16
25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 08-16
257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6 2 08-14
256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6 0 08-14
2568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5 0 08-14
256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1 0 08-12
256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6 2 08-12
256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1 08-11
256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6 0 08-11
2563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1 1 08-10
256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 0 08-09
256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 0 08-09
256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 2 08-08
255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 0 08-0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