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짓거나 지으려고 하네 / 정윤천 > 추천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추천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추천시

(관리자 전용)

 ☞ 舊. 추천시

 

■ 엄선된 시를 중견작가의 시평 등과 함께 감상하는 공간입니다

나는 짓거나 지으려고 하네 / 정윤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65회 작성일 16-12-02 17:27

본문


animals-1782013__340.png



나는 짓거나 지으려고 하네

 

정윤천

 

 

그리웠던 쪽의 풍경에게로 눈을 주려 하네

막다른 것을 향하여 짓거나 지으려고 한다네

행여 형리가 와서 내 창에 비친 거동을

낱낱이 살피어보다가 갔다, 라고 하여도

숨길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가리지 않으려 하네

흉금에서 기른 내 마음의 문장, 흔들리는 획으로

나는 그렇게 짓거나 지으려고 했던 행간의 한 뼘도

쉽사리 내어주거나 빼앗기지 않을 것이네

 

나는 가끔 뒷짐을 지고 내 작약 꽃밭의 이랑을

자갹자갹 걸어보기도 할 것이네

엽록(葉綠)을 지으려 하였던 일만 사랑이라 믿지 않겠네

차고 딱딱한 날이 닥치더라도

마지막까지 지으려 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구구절절한 구만대장경이었겠는가

꽃보다 앞서, 그보다 깊은 뿌리가 있었다는 사실로

나는 작약 꽃밭의 둘레를 내어주려고 한다네

 

- 시집 "십만년의 사랑"(문학동네) 중에서

 

[감상]

정윤천 시인의 시는 늘 따뜻하고 아늑하다.

결코 어려운 시어를 쓰거나 복잡한 주제를 다루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는 늘 감동이 있고 여운이 남는다.

우리 생활주변의 일상이나 소소한 인간사를 보들보들한 시어로

술술 풀어내는 가히 언어의 마술사같은 시인이다.

짓다는 말에는 참으로 많은 의미가 읽힌다.

업을 짓고, 인연을 짓고, 사랑을 짓고, 마음을 짓고,

세상의 풍경을 짓고,

따지고 보면 세간사의 모든 것 가운데 짓지 않고 되는 게 어디 있으랴

이제는 모든 것이 허물없어지는 세월의 저편에서

마음이 기우는 쪽으로 풍경을 키우고

사소한 인연의 끈도 소홀히 대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읽는다

작약이 키우는 뿌리의 반경을 익히 아는 탓에

오직 사랑을 위해, 그리고 꽃의 지극한 한 순간을 위해 헌신한

그 내밀한 인내와 순결의 시간을 마음으로 읽는 시간이다.

 

[양현근 / 시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5건 1 페이지
추천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5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 18:16
44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10-30
43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10-08
42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1 09-19
41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09-04
40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08-28
39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1 08-13
38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5 08-13
37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7 08-13
36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6 05-24
35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6 05-24
34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2 02-26
33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7 02-26
32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4 01-22
31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2 12-26
30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5 11-30
29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0 10-29
28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0 09-22
27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5 08-20
26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1 07-20
25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2 06-20
24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5 05-31
23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4 05-23
22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04 05-23
21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47 01-06
20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8 01-05
19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6 01-05
18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4 01-04
17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4 01-04
16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7 01-04
15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8 12-27
열람중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6 12-02
13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62 11-26
12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2 11-26
11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23 12-29
10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9 12-22
9
등 / 박일만 댓글+ 2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5 12-15
8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4 12-08
7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8 12-01
6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29 11-24
5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16 11-17
4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48 11-10
3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14 11-03
2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47 10-27
1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53 10-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