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상반기 <시인동네> 신인상 당선작 > 공모전 당선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공모전 당선작

  • HOME
  • 문학가 산책
  • 공모전 당선작

        (관리자 전용)

 ☞ 舊. 공모전 당선작

 

주요 언론이나 중견문예지의 문학공모전 수상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2018년 상반기 <시인동네> 신인상 당선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33회 작성일 18-04-23 11:28

본문

2018년 상반기 <시인동네> 신인상 당선작

 

스톤 피플 4

 

   강진영

 

 

 

이것은 나크다크* 맛이군

자네 언제 나크다크를 먹어본 거지?

먹어보지 않았지만 맛은 안다네

자네 미각에는 진정성이 없네

몽마르트 언덕의 공중전화기에 대한 시를 읽은 적이 있지 그것은 존재에 대한 철저하게 파고드는 시여서 읽는 동안 담배 한 갑을 다 태우고 말았네 나는 그 공중전화기가 몹시도 궁금하여 파리로 가는 비행기 표를 구했다네

몽마르트에 공중전화기라, 그럴듯하게 속았군 그보다 이 시집이야말로 진정성을 보여준다고 하니 한번 읽어 보게나

난 이미 읽었네

아직 출판되지 않은 시집이라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늘 그런 기분에 휩싸인다네 이것은 읽었던 것이 아닌가

모든 무덤을 하나의 무덤으로 보는 묘지기처럼 말인가?

자네도 그 묘지기를 알고 있군 그는 또한 하프너**이기도 하지 알래스카에 사는 나의 친구네

자네는 알래스카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지 않은가?

사냥을 취미로 하는 이들이 있었지 그들이 하프너의 마을에 침범하여 구역을 나누었을 때 나는 그와 똑같은 두려움을 느꼈다네 하프너는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하지

때로는 취미로 사냥을 하는 이들이 더 많이 잡는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네

나는 카리부*** 무리가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가다가 그들이 떼죽음을 당할 때 그중 한 마리로 누워 있었다네 내 피는 차갑게 굳어갔네 그 후였네 내가 이렇게 자주 몸을 떠는 것은

자네는 지금 이렇게 뜨겁지 않은가

몸이 추울수록 마음에 불을 피우게 되더군 알래스카의 불을 지키는 여인처럼 말이야

나와 함께 그 여인을 확인하러 가보지 않겠나

그녀는 내 안에 살아있다네 나크다크의 맛처럼, 나는 여기서 바다물범 기름을 태우겠네

 

 

⸺⸺⸺⸺⸺

* 고래 껍질로 만든 이누이트 요리.

** 고래사냥에서 우미악(이누이트가 사용하는 가죽보트) 맨 앞자리에 앉아 작살을 찌르는 역할.

*** 북아메리카 북쪽에 사는 순록.

 

 

 

헬로우 스마일

 

 

 

내가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가고 싶다고 했을 때 그녀는 신나보였다 어느 병원에 가면 좋을지 몰라서 물어보았을 뿐인데

각오 단단히 하고 가 그래야 충격을 덜 받을 테니까 끝나면 전화해 다 들어줄게

 

로르샤흐 테스트* 그림을 보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숲의 모습이라고 대답했다 관망적인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난 관망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고 내가 부끄러워서 숨기고 있는 것 같다고 상담사가 말하면 난 부끄러운 사람인 것 같고

 

그때 상황을 천천히 설명해봐요 주변은 어땠는지 당신의 얼굴 표정은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나의 얼굴 표정?)

 

미안해요 얼굴 표정을 보지 못해서 미안해요 낮술을 마시고 와서 미안해요 필름이 끊겨본 적 없어서 공이 날아오는데 피하지 않아서 미안해요 잘못된 것을 느끼지 못해서 노트를 낭비해서 물병에 입을 대고 마셔서 미안해요 꼭 그날 생리를 해서

(그런데 펼쳐진 생리대 같아요’ ‘질의 단면처럼 생겼어요라는 대답의 결과는 왜 말해주지 않는 거지?)

 

이제 이 고백을 해야 할 것 같군요 상황이 뒤집혀질지도 몰라서 반성을 했어요 반성은 반전이니까

나는 빼곡하게 적힌 노트를 꺼냈다 내가 쓴 문장들이 사건을 불러왔고 내 죄의 증언이 되었다고 기도하는 손은 잘못을 빌면서 두 손을 비빌 때 처음 만들어졌다고

 

별 문제는 없는데 왜 왔는지 모르겠네요 그는 애써 여러 검사를 했고(괜찮아 보인다는 말을 들으러 여기 온 건 아닌데)

필요할지 모르니 약도 줄래요? 약은 내 병을 찾아낼 거예요 벌을 주면 죄가 생기는 것처럼

그제야 그는 나를 이상해하는 것 같았고 난 덜 미안해졌다

 

괜찮아?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나도 그랬어

기대에 찬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의사가 약을 주지 않더라는 얘기는 할 수 없었다

 

⸺⸺⸺⸺⸺

* Rorschach: 잉크 얼룩 같은 도형을 해석시켜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인격진단법.

 

 

 

나는 가오나시*를 좋아하는 걸까

 

 


   변장 삼총사

 

   가오나시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세 명의 변장사가 나를 방문했다 그들은 가오나시처럼 검정 망토를 걸치고 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

 

   ⸺출렁이는 것은 무엇이든 삼키는 가오나시를? 바람에 날리는 너의 까만 머릿결은 어떻게 하려고? 가오나시가 그것을 본다면 삼키지 않고는 못 배길 텐데

   ⸺넌 가오나시를 부르지 말아야 했어 가오나시, 가오나시, 가오나시라고 말하다니!

   ⸺덩치보다 가는 목소리로 가오나시가 하는 말을 들어봤니?

 

   사랑해줘

   사랑해줘

 

   입술이 없는 그들의 입이 한데 모여 움직였다 조심해라, 삼켜진 것들은 삼켜졌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았다

 

 

   비밀스러운 균형

 

   내가 좋아하는 것은 저거야 누군가 가오나시를 가리키던 손가락, 따라서 가리키던 내 손가락에 달라붙어 집까지 따라 왔던 것

 

   가오나시는 손수건에 머그잔에 양말에 베개에 냉장고 자석 위에 옮겨 붙어 나의 취향을 대변하고 점점 커지고 제가 삼킨 것만큼이나 불어나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뚜렷해졌다

 

   사 랑 해 줘

   사 랑 해 줘

 

   눈에 띄지 않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플라스틱 봉투를 입고 낡은 안경을 끼고 노란 가발을 써도 어딘가에는 나라는 단서가 있어서

 

 

   극단적인 변장

 

   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쳤다 일력에서 가오나시를 뜯어냈다 억지로 웃는 가오나시 뛰는 가오나시 꽃향기를 맡는 가오나시 숨을 참는 가오나시 담배를 숨기는 가오나시

   찌그러진 가오나시가 방바닥을 가득 덮었을 때 문 밖에서 변장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케 여기까지 쫓아왔군

   ⸺우리의 변장은 실패로군

   ⸺결국 삼켜지는군

 

   가오나시 입속으로 세 명의 가오나시가 삼켜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가오나시가 사랑해줘 사랑해줘 소리치며 문고리를 흔들었다

 

   나는 급히 옷을 벗었다 알몸이 되자 어디에도 나라는 단서가 없어서 가오나시는 계속 울부짖으며 나를 지나쳐갔다

 

 

    ⸺⸺⸺⸺⸺

    *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속 캐릭터.

 

 

코알라와 벽시계

 

 

벽시계는 엉뚱하고 벽시계 바늘은 나와 다르게 움직인다.

오래 집을 비웠는데 하루 만에 돌아온 것 같은 외출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시계바늘이 물병을 가리키면 마셨다. 코알라 기념품을 가리키면 청소를 했고, 소파를 가리키면 하루 종일 기다렸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과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것이 일치한 날에는 아침밥을 두 번 먹지 않아도 되었다.

불을 켜지 않아도 환한 부엌이다. 찬장을 열자 유칼립투스 잎이 한 장 떨어진다. 밑줄이 그어진 새 책, 창틀에 끼어 있는 발톱, 보이지 않는 웅크린 실루엣이 단서라면

깜짝 놀라 퍼스*에 전하를 건다.

나는 코알라를 보러 갔는데 말이에요, 코알라는 우리 집에 와 있었던 거예요.”

건전지를 사러 나갔다가 벽시계를 몇 개 더 사왔다. 집에는 벽시계처럼 내가 모르는 것투성이다. 그래도 코알라와 나는 동시에 잠을 잘 수 있겠지.

벽시계가 가득한 벽, 나는 동시에 열리지 않는 서랍과 동시에 열지 않으면 안 되는 서랍을 상상을 한다.

아침에 일어난 것 같은데 한밤중인지도 모르는 낮이다. 발톱 깎는 소리가 들리는데 들여다보면 어둠이다.

 

 

⸺⸺⸺⸺⸺

* Perth ; 서오스트레일리아의 수도.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84건 1 페이지
공모전 당선작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1 04-11
2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1 04-11
2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1 04-02
2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1 04-02
2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1 04-02
2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1 03-27
2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1 03-27
2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1 03-27
2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1 03-27
2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1 03-27
2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1 03-13
2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1 03-13
2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1 03-11
2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1 03-11
2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1 03-11
2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1 03-11
2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1 03-11
2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1 03-08
2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1 03-08
2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1 03-08
2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1 03-08
2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1 03-08
2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1 03-08
2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1 03-08
2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 1 02-07
2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9 1 01-31
2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8 1 01-31
2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3 1 01-31
2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8 1 01-31
2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6 1 01-31
2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2 1 01-24
2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1 1 01-24
2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4 1 01-24
2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6 1 01-24
2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9 1 01-20
2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2 1 01-15
2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0 1 01-15
2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0 1 01-15
2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7 1 01-15
2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6 1 01-15
2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3 1 01-15
2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5 1 01-15
2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 1 01-15
2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4 1 01-15
2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9 1 01-15
2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1 01-15
2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1 01-15
2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4 1 01-11
2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1 1 01-11
2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 1 01-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