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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애지> 봄호 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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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53회 작성일 17-06-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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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애지> 봄호 신인상 당선작

 

화상 외


상연

 

라면을 끓여 상에 놓다가 쏟았다

냄비와 불의 관계는 멀지만

라면과 국물의 관계는 뜨겁다

뜨거운 국물이 옷자락을 적셔 생살을 무는 듯

통증이 번져 부어오른다

화상의 흔적은 국물 혹은 진물일 것이다

화기가 지난 곳마다 통점이 점령을 당하고

주둔지의 막사처럼 물집이 집을 짓는다

수포는 아픔의 관계들이 모여드는 곳,

습하거나 끈적한 곳은 고통의 은신처

바늘로 물집을 허물어본다

손에 뜯겨나는 살점이 거푸집처럼 무너진다

먹구름 드리운 날에는 데인 상처가

폐부 깊숙한 곳으로부터 가려워 온다

눈을 감아도 불길로 솟아오르는 굳은살

불면의 어둠속에서 긁는 가려운 살갗,

한숨을 뱉어내는지 밤바람소리에

살 비늘이 우수수 떨어진다.



길, 혹은 상처

 

​먹구름 아래서는 누구나 멈칫거린다

멈칫거리는 것은

갈등 혹은 고민의 뇌파가

출렁거리기 때문이다

밤을 갈등 혹은 고민으로 밝히며

많은 사람과 사랑이 걸어 간 길,

나도 상처를 내며 걷는다

고독이나 외로움은 늘 상처로 내장되어 있다는 것을

길은 기억하고 있다

간혹, 외로움은 폭풍을 몰고 오기도 하지

늑골근처 아니면 명치끝 어디쯤

컴컴한 곳에 움츠리고 있는 것,

끝내 내뱉지 못하는 말 한마디가

길 잃은 길이 되어

목구멍에 눌러 붙어있는 가래처럼 끈적인다

눅눅한 시간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먹구름 아래에서 멈칫거린다.



겨우살이

 

동지섣달

 

어머니 산후조리하던 날

진종일 불어대던 바람이 사라졌다

한기가 뼈 속으로 스며드는 밤

비릿한 홑치마 차림으로

굴참나무에 매달린 어머니

옥양목 적삼에 뜬

달의 눈 속에서 회오리치는 바람

달이 옥양목 적삼을 움켜쥔다.



장폐색증

 

변기는 수시로 막혀 악취와

통증을 동반한 날이 많다

기계를 들이대고 관장약을 쏟아 부으면

간헐적으로 틈이 보인다

그러다 다시 막힌다

퇴석층을 이룬 오물이 역류 한다

그때마다 몸에 갇혀 있던 냄새가 탈출을 시도 한다

미생물이 들어 앉아 부패한 스트레스와

여름에도 얼어있는 수챗구멍의 병마,

그것들이 몸을 서서히 막고 있는

어둡고 답답한 일상 속의 하수구를 짐작해본다

내려갈 수도  들어갈 수도 없는 소통 불능인 그 곳,

통로 어느 한 곳이 흐르는 걸 막아 폐색의 단층을 이룬 것은

하구 경계를 게을리 한 탓이다

하수구나 장이 막힌다는 것은

마지막 한계에 도달한 낡은 배관의 반란이다

허리가 휘도록 통증이 혈을 막고

길은 열리지 않는다

건너편에선 아랫도리 터널 뚫는 공사가 한창이다

또 다시 대장이 막히고 있다.


호박고지

 

참선 중이던

누런 호박이 몸을 연다

씨앗이 눈부시게 환하다

엄마 안에서 엄마를 훔치고

다음 생애를 틔울 씨앗들,

후생이란 저처럼 이승의 환한 빛마저 닫고서

또 다른 봄을 기약하는 것

참선에 깃들여 지는 것들은 담장 위에서도

윤회를 훔치고 있다

나 또한 어머니 후생이기는

저 호박의 씨앗과도 같다

한 세계가 무르익을수록 더욱 공평하게 여며야 하는

이승과의 인연은 저울처럼 정직한 날들은 아니었다

한 여름 작열하는 태양 아래 스스로를 묶어

참선에 드는 일이 그러했고 묵묵히 참아내던 내 인내심이 그러했을 것이다

열었던 몸을 조용히 닫는 찰나에 햇빛이 잠시 머물다 가고

육신을 해탈하는 엄마의 생에 뽀얀 진액이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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