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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시인동네> 하반기 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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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50회 작성일 17-10-19 12:16

본문

 

2017 하반기《시인동네》신인문학상 당선작  

 

티백을 우리며 (외 2편)

 

임수현

  

 

그는 태백으로 갔고

나는 티벳으로 가고 싶지만 티백으로 된 차를 우린다

 

갓 돋아난 차나무 새싹

 

아빠 칫솔을 모르고 쓴 아침,

타일이 누렇게 변해가고 있다 양치식물처럼

누런 수건은 언제부터 저기 걸려 있었던 것일까

 

하하하 웃으렴

귀에 입이 걸리잖니

 

희망이 생기리라는 희망으로

칫솔을 나란히 꽂아두는 걸까

 

같은 통속 같은 믿음

닦았던 수건에 손을 닦는 건

맞잡는 걸까

 

귀엽게도 입을 오물거리는 아빠

 

말을 아끼면 비밀도 많아져

가족끼리는 다 말해도 돼

티백을 건져낸다

칫솔을 변기에 빠뜨리고 아무 말 하지 않았잖아

팬티를 나눠 입는 건 쉬운 일

 

칫솔모가 하나씩 빠질 때마다

다 알려고 하지 않으면 서로 믿을 수도 있게 된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서로를 우려먹었다

 

 

 

호흡법

  

 

 

수영을 배우면서

물고기와 친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침묵하는 것과 숨을 참는 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문턱까지 참았다 가슴을 여는데

그게 도움이 되었다

 

맥줏집에서 그들은 즐거워 보였다

둥근 테이블 덕분에

 

나는 있으면서도 없는 호흡법을

배우는 중이었고 물속에서 만난 사람을

물 밖에서는 만나지 못했다

 

아무래도

 

떠오르지 않았다 끝내 나는 나를 떠올리는 데 실패했다

 

나는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없는

 

물 밑으로 조용히 가라앉는

침묵 속에서만 가능한

호흡법을 배우는 중이다

 

 

 

싹수가 노랗다는 말

 

 

 

개와 마주쳤다

크리스마스 때 엄마가 내 머리맡에 둔 인형 같구나

 

호두야, 호두야 너 호두 아니니?

넌 얼마 전에 죽었잖아?

 

너무 꼭꼭 싸서

잡아 뜯어야 하는 선물처럼

호두가 내 팔을 물어뜯었지

 

경비실에서 삽을 빌려와 널 묻어줬잖아

종이 상자에 넣어

기억 안 나?

 

솔기가 터져 너덜너덜해진 나도

괜찮다면 가질래?

 

개는 유유히 바닥을 핥으며

살얼음 낀 하수구 속으로 사라졌다

 

맛없는 플라스틱을 뜯은 표정으로

 

계속 울었지만 계속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옆구리에서 누런 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외 2편)

 

조혜영

 

 

 

금성이 저녁 하늘로 돌아왔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익숙한 냄새가 공원을 가로질러 나에게 왔다 시간과 날짜가 달라질 경우에는 약간씩 움직여봐

 

달과 맺었던 관계가 떠올랐다

 

벤치에서 몸을 가볍게 접었다

 

만약 사랑이란 걸 정의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어떤 담배나 희귀한 종류의 개라면 낭만적인 소설들로 짜깁기한 교복을 입혀 달콤한 팔뚝을 빨아먹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동쪽을 향해 얼굴을 들면 습기 없는 구름이 의무감 없이 흩어지곤 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작은 발을 가지고 싶지만 발에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듯이 흰 목덜미를 사랑하는 게 큰 문제는 아닐 거다

 

별들을 배경으로 움직이는 인공위성들이 우아하게 흩날리는 안개에게 한 달에 한 번씩 보고 싶은 동물을 물어보는 소리가 들렸다 고체도 기체도 액체도 아니어야 한다고

 

백화점을 다섯 시간 동안 돌아다녔다 기성품을 고르는 일은 즐겁지 않다 조심스럽게 미친 여자이거나 최선을 다한 거짓말은

 

안쪽에서 움직였다 과한 피로감이 왔다

 

혀를 내밀어 거리를 둔다 얼굴을 붉히거나 몸이 뜨거워지는 당황스러움

 

 

 

문제 6

 

 

 

그림 1에서 느리고 따뜻한 공기가 하루에 몇 명을 끌어안는지 계산하고 그림 2를 이용하여 설명하시오 단, 비관적인 느낌표와 기름에 태운 설탕을 반드시 넣을 것.

 

그림 1.

얄팍한 맛이 나는 백팩을 조금씩 녹여먹으며 백만 걸음을 걸어야 안 슬퍼진다고 몇 개의 숫자들이 그랬습니다 발을 물속에 담그고 불순한 마음을 풀었습니다 허수들이 반짝거리며 쓰레기로 변했습니다 발바닥은, 젖 냄새가 났습니다 부드러운 가장자리에서 14장의 카드가 왔습니다 노랫소리는, 주먹을 살짝 쥐고 그림을 망가뜨립니다 불편을 벌려놓고 버둥대는 피부를 붙잡았습니다 영원히 여름이거나 끝까지 겨울인 것이 좋겠습니다

 

그림 2.

물방울이 전혀 없는 구름이 둥둥둥, 새로운 박자로 움직이고 있다 가운데 그늘에 앉아서, 언제부터 나는 너를 모았을까? 청명한 올리브색부터 잘 익은 오렌지색까지 있는 머리카락이었다 귓속이 부어올라서 한입만 씹어 먹고 싶었다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은 남자를 보는 일도 익숙했다 나른한 기분이었고 손은 떨렸다 나무들을 잡아 뜯고, 펜슬스커트를 흘려보냈다 유성매직으로 그려진 여자 둘이 눈을 꼭 감고 구름이 생성되는 이유를 추측하는 소리들, 당신의 의자가 갖고 싶어서 그래 외투가 시끄러워졌다 그를 조종하는 데 허다한 말들이 필요했다 어디로 갈 거예요?

 

 

 

피크닉

 

 

 

냅킨을 쓰고 메추라기의 배를 가르자 핑크빛 돼지들이 푸드득 날아올랐다 어떤 도구가 나를 바꾸는 걸까? 세모와 네모가 정기적으로 흩어져서 모든 동물들과 교미를 한 후에는 슬프지, 인공적인 빨강이나 현실적인 녹색처럼

 

토실토실한 우유 한 모금이 푸르고 신선한 아파트에 대해 중얼거렸다 억양이 있어서 듣기 싫었고 실토한 마음들이 잘못된 계약에 의해 보슬비를 걸쳤다

 

끈적이는 얼굴에 흠집을 내면 좋겠어 청바지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몇 개만 있어도 특별해질 거야 두근거릴 정도로 세련된 언푸드(unfood)들이 목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음미하고 후회하는 것, 참지 않는다

 

하고 있어

 

오리 한 마리를 가슴에 붙이고 화장하는 여자를 협박,

 

가능성에 의해 움직이는 얼룩말이 피곤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사냥할 줄 모르는 고양이랑은 안 놀아

 

  

 

심사평

 

 

   이번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에는 120명이 넘는 응모자가 몰렸다. 문학을 쓰고 읽는 일의 의미와 가치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탄식이 끊이지 않는 이 시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번 신인문학상의 본심은 예심을 거쳐 올라온 10여 명의 작품을 심사위원들이 윤독(輪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최종적으로 박민서, 김효리, 임수현, 조혜영의 투고작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네 사람의 응모작이 저마다 특징적인 면모를 보여주었으나 당선작을 합의, 선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안정감이나 수월성보다는 기성의 시적 상상력을 벗어나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네 주저하지 않는 독창성이 신인의 미덕이라는 데 쉽게 합의했다. 이런 기준에서 김효리의 「고양이 극장」외 9편은 재기발랄함이 미덕인 반면 그것이 하나의 스타일을 형성하는 정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박민서의 「미로에 있는 아이」외 10편은 전체적으로 무르익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동시에 잘 만들어진 느낌이라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반면 임수현의 「티백을 우리며」외 9편과 조혜영의 「그리고 다른」외 9편은 심사위원 전원에게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조혜영의 작품들은 감각의 새로움이 돋보이면서도 응모작 모두가 고르게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믿음직스럽고, 임수현의 작품들은 안정성과 새로움이 적절히 조화된 상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두 응모자 가운데 한 사람만을 당선자로 선정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서로 다른 질감의 상상력을 지닌 두 사람 모두 당선작으로 선정되기에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번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임수현, 조혜영 두 분께는 축하를,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한 김효리, 박민서 두 분께는 격려와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

 

   비록 많은 편수는 아니었지만 비평 부문에도 응모자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흔쾌히 당선작으로 결정할 글을 찾을 수 없어서 안타깝게도 당선작을 배출하지 못했다.

 

      심사위원 함기석(시인)

                       고봉준(문학평론가, 글)

                       고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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