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5] 겉장을 가진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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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95회 작성일 18-02-06 11:28본문
겉장을 가진 슬픔
우연히 손에 쥔 죽은 이의 일기를 읽는
캄캄하거나 훤한 전생 같은 저녁
붉은 포도주가 이끄는
가벼운 기분과 약간의 우울감으로
때가 돼도 오지 않는 종말 같은 시간을 괴로워한다
견딜 수 없는 슬픔 같은 것들은 왜 생겨날까?
마음에 소용돌이가 일고 감각들은 잠시 정지되어
공허해진 몸통 속에서
울리듯 아주 작은 느낌으로
하나의 질문이 떠오를 때
인간이라는 고통과
외로움은 나누어지는 것이 아님을 생각한다
오래된 기도문의 검은 문장들은
어둠 속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
거실에 홀로 오랫동안 앉아 있는 사람을 배회한다
그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로 잠이 든다
위층에서 누군가 거칠게 방 문짝을 닫는다, 그리고
날카롭게 들려오는 악다구니들
저렇게 문을 세게 닫으면 누가 아플까?
소리는 이럴 때 화약이 잔뜩 들어간 폭탄 같다
잠 속에서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던 그는,
잠깐 물체와 감정들의 뒤섞인 소음에 주의를 기울여 본다
그의 여행가방 안으로 겉장을 가진 슬픔이 한 권 놓여진다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최우수상 축하도 드리구요..
물체와 감정들이 뒤섞인 소음 와우
시제도 독보적이네요..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지막 연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네요
속은 어떨지?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곤조곤 사유를 이어가는.
서술이 일품이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그믐밤님의 댓글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영록, 김진수, 서피랑 세 분 시인님의 축하 말씀이랑 감상평 모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시는 제게 고단한 일상의 숨막힐 것 같은 범속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순간들의 기록이며,
어떤 특별한 의식의 진술입니다. 이 무모한 수고에 쳐주신 박수, 너무 고맙습니다~
세 분 모두 건승, 건필하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