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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들 -실종 /추영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259회 작성일 17-09-01 08:57

본문

 

수컷들 -실종 /秋影塔

 

 

 

의리가 굳게 뭉친 그날, 못난 것들이

만나 술 속의 비겁만을 빼내 나눠 마신다

 

 

덩치부터가 조그만 게 이 세상의 꾀죄죄한

매무새의 심벌인 양

작은 입에 술잔이 가다말고 결의의 눈알을

부딪친다

 

 

살벌함을 부린 못난 것들, 동료애로 뭉친

수컷 거미와 수컷 사마귀가 적의를 버리고

주탁酒卓을 사이에 두고 술을 나눈다

 

 

숫거미가 말을 꺼낸다

-그녀는 징그럽게 뚱뚱하다네!

 

 

숫사마귀가 주눅든 혀를 입에서 꺼낸다

=내 그녀도 매일반이네

 

했다가는,

=그러고 보니 우리만 쪼끄맣네, 그랴!

 

-나, 작심했어, 사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기로 했네

 

=그 게 바로 싸나이지. 우리는 의기투합한

사랑에 목숨 거는 싸나이들!

오늘 밤은 D데이라네...!

 

 

전운이 감돌고, 두 사내의 한 쪽

팔이 시계추처럼 흔들리더니 출정곡 한

소절이 튀어나온다

 

마음이 통한 수컷들, 서로 술값을 내겠다고

다툰다 그러다가 사랑의 죽음 앞에서는

노잣돈도 필요할 것이므로, 더치페이가 결정 되었다

 

 

-가자! 신방으로...

=가자, 목숨이란 죽음을 위해 있는 것!

 

 

마지막을 장식할, 마지막 발기를 앞세우고

하늘을 찌를 기세로 출정을하였는데, 그

순간 액정이 꺼졌다

 

 

다음날 tv가 켜지고 앵커가 헤드라인

뉴스를 말해 준다

 

 

“어젯밤 cctv에 찍힌 바 있는, 함께 술

마시던 두 사내가 동반 실종되었습니다!”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컷들의 객기가 대단 하군요
그러나 그 것도 분수가 넘치면 화를 좌초할 것 같습니다.
동료애로 뭉친 곤충 만큼도 못하다면,
인간의 이성은 실종 된듯 합니다.

객기와 호기 적당히 고루 나눌 줄 아는 지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내용 감동으로 젖습니다
평안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야흐로 수컷 사마귀와 거미들의 수난시대가 돌아옵니다.

가을의 말미쯤, 신방에 한 번 들어간 죄로 아작아작 신부의 입 속으로
사라질 수컷들,

ㅎㅎ  사람이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두무지 시인님! *^^

힐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컷들의 승부욕이란 세상이 다 아는 일 !
그 객기 또한 너무 커서 세상도 감당이 되지 않는 일 !
이 정곡을 찔러 해부해 놓은 시심에 가슴이 뜨끔해집니다.
한 때는 부질없는 객기를 부리다 망신에 망신을 당하는
일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추억들!
이젠 그런 객지는 부리지 않지만 속에서 꿈틀거리니
수컷의 본능은 어찌 하지 못하나 봐요.

추영탑 시인님!

최현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원초적 본능이군요.
죽음을 무릎 쓴 욕정!
그게 인간을 명멸시키지 않는 시초일런지...
재밋게 감상했습니다.
건강한 하루 되세요. 추 시인님!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뭔가 으시시 하면서도 재미도 있는
시인님만의 요상한 시입니다

사람들도 한번쯤은 되새겨 봐야 될
과제인 것 같습니다

추영탑 시인님 감사합니다
즐겁고 평안한 주말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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