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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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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형식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 18-10-12 01:36

본문

겨울밤

벼루 위로 말라붙은 먹물처럼
유리창엔 새까만 어둠이 달라붙어 있다
희미하게 떨리는 창문의 동공,
12월의 바람은 이따금씩
창틀에 서늘한 체온을 문지르곤 사라졌다

자정이 넘도록 불을 끄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작은 방은
바시락거리는 한지 소리와
은은하게 번지는 먹 냄새로 가득하다
나는 노릇노릇하게 달궈진
아랫목에 누워 저 멀리,
아득한 곳까지 흘러갔다 오는
늙은 붓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듣는다
할아버지의 허름한 책상 위를
고요히 적셔가는
낡은 형광등의 눅눅한 불빛

검은 창밖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하늘 위로 그어지는
순백색의 획들이
질긴 어둠을 벗겨내는 밤

귀처럼 걸린 하현달은
허공에서
고요히 당신의 붓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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