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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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403회 작성일 18-11-19 07:54본문
늦가을 서정 / 이 종원
첫 페이지를 열었을 때 비가 내렸다
빗소리는 갈피에 금세 스며들었으므로
내 생각의 회로가 젖지 않기 바랐다
우울에 젖는 것은 단풍이기를
기억은 스러지지 않기를 구하며
활자를 줍다 보면 널브러진 구절이 일어서서
문장이 완성되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로 책장을 더듬고 간다
마른 빗물 사이로
잃어버린 햇살을 찾게 되는 것처럼
글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본다
행간 사이에 담긴 파일을 꺼내는데
철자 속으로 빨려 들어간 지식의 분자들은
아직 망각의 길에 쓰러져 있다
빗물과 생각이 흘러내린 자국을 따라
접어놓은 페이지로 지우개가 움직인다
활자가 지워지고 있다
풀어헤친 숲에서
썼다가 지워진 것들에 대한 다음을 예고하느라
밑줄 친 주황색 고딕체가 흐릿해진다
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막연했던 오솔길
열리는 행간에 누군가 지나간 자국
바람이 계절을 움켜잡느라 마구 파헤친 그 길로 한기가 책장을 넘기겠다 덤빕니다
숲이 주춤한 즈음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석촌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침 저녁, 다소 스산한 바람이 계절의 책장을 넘기려 합니다. 접혀있는 페이지를 열어 들여다보니 가을이 눈부시게 반짝입니다.
아쉬움에 그 페이지를 넘겨보았습니다. 같이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정석촌 시인님!!!
최경순s님의 댓글
최경순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캬아~
은유가 심금을 울립니다
주황색이 왠지 스산합니다
떨어진 낙엽들
지우개로 지우듯 빗자루로 쓸어담고 보니
그 푸르름이 세삼 그리워집니다
멋지네요
오늘은 늦가을 시가 주는 서정적 감성에 젖어 볼까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붉은 듯 주황색이 빛을 잃어가기에 추억의 책장을 열어 그 속에 빛나는 가을을 꺼내보았습니다.
저보다 더 많은 추억을 보신 듯합니다. 동행해 주신 걸음, 같이 갈색 낙엽을 밟는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최경순 시인님!!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네요^^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맛,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
책 뚜껑을 열었을때, 이 대목은
개인적으로 조금 어색하게 읽힙니다만...
책장을 펼쳤을 때, 보통 이러지 않나요,^^;;
암튼 잘 익어 향이 좋은 작품, 즐겁게 감상하고 갑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그렇지요..저도 색다른 단어를 찾다가 시간에 쫓겨 말미를 남겨놓았는데 이 시인님께서 짚어주시니 딱 알맞는 대치어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