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1] 화인火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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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139회 작성일 16-09-12 20:18본문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9-14 21:40:27 창작시에서 복사 됨]
화인火印
나는 우리 엄마를 보면서 아궁이를 떠올려
워낙 어린 시절이라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마 활활 타올랐던 아궁이 속에서
까만 장작이 태어났을 거야
엄마, 기억에도 없는 불꽃이 그리워
이 아궁이 저 아궁이 찾아다니다가 오늘도 모조품만 찾아냈어
얼굴이 축축하게 젖은 망량처럼 떠돌다
인연이라 굳게 믿고
도깨비불의 품 안에서 잠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
잠에서 깨면 펑펑 울다 못해
안녕, 안녕, 안녕 입으로 어눌한 기염을 토해내기 시작했어
「자네, 인생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러게요. 무엇입니까」
엄마, 물어보는 사람은 많은데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더라
불빛에 홀려 따라왔다가 정신을 차리니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도
대답해주는 사람도 없더라
이별은 제법 익숙해지는데 결국 혼자라는 사실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어
엄마, 오이디푸스가 웅크려 굽은 등을 보이고는 숨죽이며 눈물을 훔쳤어
목우木偶의 눈가에 까만 그을음이 뚝뚝 흘러나왔어
타오름 없이 연기煙氣처럼 살다 가는구나, 하고
엄마, 기억에도 없는 불꽃이 새까맣게 그리워
고독이란 각인이 심장에 새겨질 때마다
막막한 고동소리가 타오르면 온 몸을 삼킨 작열통을 휘감아야만 했어
아롱아롱 피어오르는 도깨비불들을 보면서
광기어린 웃음을 섞고 불꽃처럼 갈피없이 휘적거리는 춤을 췄지
이러다 지쳐 한 줌 재가 되었을 때가 오면
나 잠든
한 평 정도의 땅과
저승에 갈 때 삼배로 만든 옷 한 벌 건지면 두 말할 필요 없이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겠어
라고 스스로를 수없이 다독여도
엄마, 나는
아직도 사람이 새까만 상복마냥 그리워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심이지만,
오늘 읽은 시 중에 단연 돋보입니다.
오늘 읽은 시, 랭보, 김경주, 김기택, 이하 백 명.
동하님의 댓글의 댓글
동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답글 달아드리려다가 갑자기 집에서 진동이 느껴지길레 놀래서 잠깐 뛰쳐나갔다 왔습니다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났고 경주를 중점으로 전국적으로 퍼지는가보네요. 뉴스속보로 뜨고 있을겁니다.
격찬을 해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워낙 놀랬던 상황이라 아직도 진정이 안되네요.
좋아하는 랭보 시인까지 나왔는데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활연님 계신 곳도 별일 없길 바랄께요.
쇄사님의 댓글
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이 어두워 깊이는 다 헤아리지 못하지만,
혀가 꼬이지 않고
입술에 술술 감기는 맛이 일품입니다.
~없더라, 는 신의 한 수
같고요.
4연의 4~8행은 한 번 끊고 가심이... 제 호흡입니다만,
동하님의 댓글의 댓글
동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의견 감사드리고 저 역시 길다 싶었습니다.
퇴고를 한다고 한건데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아 송구스럽습니다.
추석 즐겁게 잘 보내세요.
金富會님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하님...추석 명절 잘 보내시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일취월장도 모자라는 군요
동하님의 댓글의 댓글
동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렇게나 부족한 글에 뭐 이런 과찬을...
선생님도 추석 명절 즐겁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자주 들리지 못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