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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본은 바꾸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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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창동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820회 작성일 17-04-04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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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본은 바꾸어 드립니다





                  1

책상이 나를 흉내내고 있습니다
스스로 숙제를 쌓아놓고 있잖아요

하루씩 무게가 더해져
오만 일상이 쏟아진다면
책상의 다리도 부러지기 직전까지
자유롭게 휘어질 수 있을까요



                  2

방심하면 틀어져버리는 입술
이격이 되는 톱니같이
연애는 그런 곡예랄까
아찔하게 늘어선 책들의 서커스

중간에 비스듬한 녀석 말고는
서로를 꼼짝없이 애무하고 있군요

책갈피를 꽂지 않아도
머무른 시간만큼
책은 품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3

한 권을 빼들어 봅니다
아코디언의 덧니같지요
접었다 폈다
열었다 닫았다
울었다 그쳤다 반복할수록
달콤한 충치로 썩어가는
책들의 옆구리

슬픔엔 언제나 리허설이 없습니다
처음의 넘어짐도 이유를 모릅니다
도미노를 누가 건드렸나요
더 간격을 벌려 세우세요
상처받지 않게 말예요

고양이를 만지려다
판화가 된 손등도
간격을 몰랐던 탓이라 할게요



                4

책장을 넘기려다
손가락에서 불개미가 불쑥
기어나오는 것은
닦아도 계속 나오는 것은
어떤 책의 운명과도 같습니다

한 페이지가 뜯겨 나가자마자
곧바로 따라나선 다음 페이지
그 뒤로 붙어선 후속 페이지들의
연속 데드볼 잔치


자유를 찾아서
몇 겹씩 우두둑우두둑
천천히 걸어나가는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4-10 13:09:0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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