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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33회 작성일 18-02-06 11:28

본문




겉장을 가진 슬픔



우연히 손에 쥔 죽은 이의 일기를 읽는 
캄캄하거나 훤한 전생 같은 저녁
붉은 포도주가 이끄는 
가벼운 기분과 약간의 우울감으로
때가 돼도 오지 않는 종말 같은 시간을 괴로워한다

견딜 수 없는 슬픔 같은 것들은 왜 생겨날까?

마음에 소용돌이가 일고 감각들은 잠시 정지되어 
공허해진 몸통 속에서 
울리듯 아주 작은 느낌으로 
하나의 질문이 떠오를 때
인간이라는 고통과 
외로움은 나누어지는 것이 아님을 생각한다

오래된 기도문의 검은 문장들은 
어둠 속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 
거실에 홀로 오랫동안 앉아 있는 사람을 배회한다

그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로 잠이 든다

위층에서 누군가 거칠게 방 문짝을 닫는다, 그리고
날카롭게 들려오는 악다구니들

저렇게 문을 세게 닫으면 누가 아플까?

소리는 이럴 때 화약이 잔뜩 들어간 폭탄 같다

잠 속에서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던 그는,
잠깐 물체와 감정들의 뒤섞인 소음에 주의를 기울여 본다

그의 여행가방 안으로 겉장을 가진 슬픔이 한 권 놓여진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2-19 10:05:21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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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profile_image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최우수상 축하도 드리구요..
물체와 감정들이 뒤섞인 소음 와우
시제도 독보적이네요..

그믐밤님의 댓글

profile_image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영록, 김진수, 서피랑 세 분 시인님의 축하 말씀이랑 감상평 모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시는 제게 고단한 일상의 숨막힐 것 같은 범속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순간들의 기록이며,

 어떤 특별한 의식의 진술입니다. 이 무모한 수고에 쳐주신 박수, 너무 고맙습니다~

 세 분 모두 건승, 건필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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