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배추 머리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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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장助長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37회 작성일 18-08-13 13:24본문
배추 머리 웨이브
언제부턴가 아무리 비싼 파마를 해도 파마가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너무 싼 파마약을 써서
끝이 갈라지거나 부서진 탓이랬다
남편은 지방으로 발령 난 뒤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당첨된 오백 원짜리 복권처럼 얼굴을 디밀었을 뿐
자기 용무만 무엇에 쫓기듯 치르곤 잘 있으라는 말도 없이
휘청거리며 황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아무도 내가 파마를 했는지 머리카락이 다 갈라졌는지
관심조차 없다
남들이 출근하기 전 새벽에 들어왔다가
해가 떨어지면 입술화장을 짙게 하고 늘 고주망태가 돼서 들어오는
딸에게 직장을 물어볼 수가 없어
해장국을 끓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삼 년 전 제대한 아들놈도 벌써 삼 년째 백수다
피시방 아르바이트로 겨우 담뱃값이나 벌며 골방에서 시들어가고 있다
현관 입구엔 지난가을에 김치라도 담글까 하고 사다 놓았던 배추가
고춧가루가 너무 비싸 사지 못해 차일피일 미룬 것이 봄이다.
혼기가 훌쩍 지났지만 채근할 수도 없는 아이들처럼
다듬으면 아직은 속이 노랗게 가을처럼 있을 것만 같지만
말라비틀어진 떡잎을 차마 떼어낼 수가 없다
싼 파마약 때문인지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지고 있다
뱀 혓바닥처럼 갈라진 풀린 머리카락이
에어컨 하나 없이 도는 선풍기 바람을 항변이라도 하듯
목을 칭칭 감아 돌며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8-23 12:53:38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배추머리 웨이브,
어떤 시는 시제가 절반을 먹는다는데,
시제가 참 멋집니다,
중년의 눈빛이 잘 살아있는. 서술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