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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 밑에서 흘러나오는 실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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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낮하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80회 작성일 18-09-2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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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 밑에서 흘러나오는 실내악

낮하공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발 옆에서 작은 못 머리만한 새끼 거미 하나가 바닥을 황급히 건너가고 있다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다리들, 아물거린다

울먹이는 다리들이 불쑥, 구겨진 그림자, 낡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만지면 물이 묻을 것만 같은 어린 별, 얼음가시들이 촘촘히 돋아 있다
보이니? 내 얼굴에 쳐진 거미줄, 내가 처음 외운 동요지 이런 화분에서 다리가 자란다니 끔찍하지 않니? 내 피는「폐허」를 흥얼거리며 밤에 혼자 나와 빛을 뿌려주던 아이, 내 발 없는 다리는 이층에서 화분으로 떨어지는 엄마, 내 길은 엄마의 치마 속으로 몰래 들어가 들키지 않고 죽는 멜로디, 그리하여 내 음악은 안으면 피고름이 쏟아질 것만 같은 어린 별의 요람 난 내 얼굴이 무서워
거미, 아니 검은 비올라가 가을 선율을 세게 누르고 속눈썹을 켠다 도시를 배회하던 긴 한숨들이 거미줄에 걸려 있는, 자필로 「나의 초상」이라고 써진 악보를 찢는다 접은 귀가 등을 가리고 펄떡펄떡 살아난 못, 찢어진 악보에 담아 집 밖으로 내놓는다

밤비가 온다

밤엔 하늘이 없다 맨발이 말을 더듬는다 지구는 한 평밖에 안 돼서 발을 헛디디면 미아가 된다 손이 제일 먼저 빵 냄새를 맡는다 잔뜩 젖은 솜에 다리가 없다 검게 젖은 낙엽이 비수의 자세로 날아와 심장에 꽂힌다 현관문 밖에서 「성냥팔이 소녀」가 귀뚤귀뚤 울고 있다

이틀 후, 밥을 지으려다 쌀을 엎지른다 가구 밑에서 쌀알만한 거미 한 마리와 쌀알 반만한 거미 한 마리가 쓸려나온다 한데에다 버린 못을 닮았다

지나간 이틀; 차가워지기 위해 핏대를 세워 못을 깨끗이 지우는 중이다 차르르르, 그러나 무언가 산산조각 난 듯이 흩어진 쌀알들 한 끼의 밥을 짓는 데도 저렇게 무수한 음표들과 알맞은 감정과 뜨거운 두 손을 쏟아부어야 한다 다리에 폭설이 내리고 소나기가 흰 건반 위를 뛰어다닌다 검은 건반이 눈얼음을 깨어먹다가 어금니가 부러진다 흩어진 쌀알들과 거미가 하이라이트의 북을 두드린다 「성냥팔이 소녀」가 물을 삼킨 후 벽에다 자신의 컵을 내동댕이친다
그럼 너흰 그 속눈썹 밑에서 흘러나오던 서러운 반음들? 집을 내주고 쌀알들만 쓸어 모은다 지금 바람은 「폐허」를 켜고 있어 우습지 않니? 「폐허」가 나에겐 없는 계명들이 너의 손에 살며시 쥐어주는 기도라는 게
물의 코드들이 밤마다 빛을 켜며 현관문을 열어둔다 내 음악의 아우트로*는 내가 작곡한 못들에게 나의 피를 모두 먹여주는 건반들 그리곤 피아노의 현을 남김없이 잘라두는 바이올린
밤중엔 하늘도 없다 엄마가 된 네 살배기 어린 별이 자꾸 악보를 덮는다 난 오늘 그 악보의 그림자를 내 입에 넣고 방아쇠를 당기는 피날레다 지평선처럼 눕고 나서야 자신의 하늘이 모두 보이는 첼로...



*아우트로(outro); 곡의 후미 부분.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9-28 18:49:15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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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현악4중주 실내악 공연을 무료로 보다니 이렇게 좋을 수가.
앙코르입니다. 낮하공님 다음에 만나면 팬 사인도 해주셔야 합니다.

낮하공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낮하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폐시 업계에서 이제 그만 떠나야 할 텐데
자폐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니 참 문제입니다.
다음부턴 쉽게
기성의 문법으로 써 보겠습니다.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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