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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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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52회 작성일 18-10-29 00:07

본문



시인이 떠났다. 서른 한 살이었다. 가을밤이었고 등대 하나 밝을 뿐이었다. 남자는 불혹을 다 채우지 못한 의자에서 갑자기 일어나 나가 버렸다. 술잔에 가을달빛이 흔들리며 해체되고 있었다.날개 잘린 새 한마리가 술잔 속에 있었다.  


목마가 혼자 왔다. 비 젖은 손가락뼈 하나가 희디 흰 발굽에 단단한 빈 등을 보이며 왔다. 술잔 속에 열린 문이 있어 방 안 어딘가가 부서져 내린다. 나는 시인이 나간 그 자리가 아직 채 식지 않았다고 말해 주었다. 가을밤이 담긴 술잔 속으로 목마가 들어간다. 나도 등불 꺼진 술잔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소녀는 늙고 가난한 담쟁이덩굴은 홍옥이 되었다. 담쟁이덩굴이 할 말 많아진 그만큼 소녀는 말을 잃어 갔다. 가을밤은 수많은 빗줄기가 갈라져 소금이 되어 갔다. 


한때 목마를 열고 들어가던 소녀가 있었다. 목마가 내 안의 허공을 응시한다. 가을잎이 흐느낀다. 목마 속에서 흐느끼는 가을잎 하나 낙하하는 궤적, 소녀가 혈관을 끊은 그 자리, 내 속의 목마는 여류작가의 늙은 눈망울 속 식어 버린 핏줄을 끄집어낸다. 등대 하나 더 먹먹해져 갔다.


소녀도 나도 목마도 벙어리가 되어 서로의 가슴 안에 쌓인 소금기를 핥는다. 을밤 채찍을 온몸으로 맞는다. 파란 멍이 망막까지 기어올라온다. 


"등대로 가라." 죽은 시인이 속삭인다. "등대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해." 


늙은 여류시인의 시신 하나 등대를 타고 먼 바다로 은비늘처럼 흘러가 버렸다. 먼 데서 잠시 빛나고 있던 비린 것이 꺼진다. 목마가 소녀를 열고 떠나갔다. 주인 잃은 방울소리 들려 오는 술잔 속에서 소녀가 늙어 가고 달개비꽃은 오무라들고 끊긴 혈관에서 흘러 나오는 가을달빛, 나는 풍화작용 속에서 곱게 사과나무 한 그루 폐부가 혼자 낙엽처럼 부패해 가는 꿈을 꾼다. 가을바람 소리가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1-08 17:12:34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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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인환님의 시가 없었더라면?? 눈길과 마음길을 사로잡는 시인님의 목마와 숙녀는 이 가을에 단풍으로 제 빛을 찬란하게 비추었을 것 같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한 말씀이십니다. 박인환시인의 시와 제 시 가장 큰 차이점 - 그것은 박인환시인의 시에는 매력이 있고 제 시에는 그것이 없는 것이라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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