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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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11회 작성일 18-11-05 00:08본문
이것은 피아노, 어룽지는 물방울을 대기 중에 띄운다. 배 고픈 나비들이 서로의 날개를 쪽쪽 빨아먹는 소리. 눈이 먼 악기, 바이올린이 끼어든다. 어둡지만 날카로운 것을 뼛속까지 긁는다. 높게 날아가면 제 형체를 유지하기 어렵다. 물방울은 허공에 톡 톡 빛깔들을 만들어내고 빛깔들은 또르르 굴러가다가 에리한 비수에 반토막이 난다. 첼로는 신음소리. 바닥으로부터 울려온다. 바닥 아래 더 바닥으로 내려가면 웅웅하는 메아리가 목소리마저 듣기 어렵게 만들곤 한다. 소리에는 바닥이 바닥 아래에는 더 깊은 바닥이 있다는 것을, 어둠을 열고 한 가닥 떨리는 노끈같은 속박이 웅변한다. 들리지 않는 비올라. 소리의 결과 결 사이 빈 틈을 더 풍성하게 한다. 유장한 강물은 몰라도 졸졸 맑은 시냇물쯤은 다른 악기들에게 아낌없이 베푼다. 축축해진다기보다 은근하게 만든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가 한 자리에 앉아 서로가 서로에게 대화를 하며 질주하는 시간을 잡아 이끌어 조화라는 저울추를 맞춘다. 조금쯤 어긋나는 불협화음이 있어도 대화의 방식에는 변화가 없다. 모두들 한 방에 앉아 바하의 샤콘느를 듣기 때문이다.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언어의 근사한 연주를 듣습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사합니다. 언어로 세상 미묘한 것들을 다 잡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 글은 너무어설퍼서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