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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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608회 작성일 15-07-29 06:50본문
허름한
거처
거적때기를
덮은 얕은 지붕에
비가
내린다
내일이면
엿새째
노인은
아무데고 갈 수도 없고
갈 곳도 없다
그
사람을 보낼 때도 비가 내렸었지
벌써
이태가 지났구나
뗏장을
손 본지 오랜데
이 방처럼 척척할까
노인은
머리맡에 접어둔 휴지를 펴서 가래를 뱉는다
붉어진
휴지가 다시 접힌다
오늘은
더 떨리는 왼손이
성냥을
긋는다
엄지와
검지에 눌린 한 생애가
타 들어 간다
내년
이맘때면 거적때기에 스며든 기별이
인기척 없어 발길을 돌리겠군
필터만
남은 담배를 손에 쥔 예언자는
다가올
징조를 구술한다
쿨럭! 쿨럭쿨럭!
세상은
엿새째 장마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03 08:49:29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石木님의 댓글
石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노인께서 기침을 심하게 하시는 것 같은데
담배를 끊으시라고 감히 말씀드릴 용기가 생기지 않는 것은
담담하게 적어 놓으신 삶의 진실과 쓸쓸함의 무게에 압도되어
저 자신도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탓인가 봅니다.
우리가 금과옥조인 듯이 늘 강조하는 건강관리라는 항목도
상황에 따라서는 그 의미가 힘을 잃게 되는 게 아닐지요?
뗏장을 손 보는 일은 급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회를 보아 그렇게 말씀드려 보시지요.
그곳은 대자연의 품 안이므로 지붕이 허술해도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허름한 거처의 거적때기가 노인을 잘 보호해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장마는 곧 그칠 것입니다.
윤희승님의 댓글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사합니다 石木님 늘 맑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