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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일기/신팔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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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2회 작성일 17-12-3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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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일기

신팔복

나는 아내와 서울에 올라와 손자손녀를 돌보는 중이다.
큰아들 내외가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 지도 며칠이 되었다.
오늘도 초등학교 1학년 손녀를 학교에 보내고 다섯 살 손자를 아파트
내 어린이 집으로 데리고 갔다.
현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니 선생님이 나오셔서
“성준이, 머리 깎았네!”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손자는 신이 나서
어린이 교실로 잽싸게 뛰어 들어갔다.
어린이집이 끝날 때까지는 한가한 시간이 된다. 아내가 청계천에 가보자고 했다.
목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가 광화문역에서 내렸다. 세종대로 사거리에
올라서니 이순신 장군의 동상 뒤로 멀리 북악산이 보였다.
동아일보사를 지나 청계광장으로 찾아갔다. 청계천의 물이 시작되는 곳이다.
물길을 찾아 계단으로 내려갔다.
인공폭포에 맑은 청계수가 콸콸 쏟아지고 흐르는 물길 따라 바람도 흐르니
공기가 시원하고 쾌적했다.
이렇게 좋은 곳이 서울 도심에 있다니 정말 잘 왔구나 싶었다.
가수의 노래가 빌딩 사이로 울려 펴졌다.
마침 광교 위에서 이금희 아나운서 진행으로 KBS라디오
“함께해서 좋은 날”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세 명의 젊은 가수들이 기타를 치며 멋있게 팝송을 불렀다.
빼곡한 청중 속에 끼어 나도 리듬에 맞추어 손뼉을 치며
함께해서 좋은 날이 되었다.
노래가 끝나면 모두 박수를 쳐서 응원해주었다.
우리의 고단한 일상을 잠시 잊게 해 주었다.
청계천은 한강 물을 끌어다 정화해서 이곳으로 흐르게 하고, 중랑천과 합쳐서
다시 한강으로 흘러 나간다.
복원된 길이가 약 6km에 이르는 청계천은 조선왕조와 함께하는 곳이다.
태종의 도성과 개천 정비, 세종의 수표 설치, 영조의 개천 준설,
정조의 화성행차 등 많은 역사가 얽혀있다.
정조의 능행반차도가 벽면에 기다랗게 그려져 있어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면서
내 중학교 시절, 진안의 가설극장에서 보았던 영화 “사도세자”가 생각났다.
할아버지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뒤주로 찾아와 아버지를 부르며
옹이구멍으로 음식을 넣어주고 흐느껴 우는 장면이 떠올라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왔다.
분명 생이별을 겪은 정조임금이었다.
평생 동안 아버지를 그리며 할아버지 영조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효심이 깊었던 정조는 슬픔을 안으로 새기며 홀로된 어머니를 위로하였고
선정을 베풀고 백성을 아꼈다.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수원 화성의 현륭원을
다녀온 과정을 상세히 그려놓았다.
창덕궁을 떠나 이곳 광통교를 건너 화성으로 가는 그때의 모습이 생생하다.
조선왕조의궤에 있는 이 능행반차도는 김홍도 등 당시 일류 화가들이
문무백관 등 1,779명과 779필의 말이 따르는 것을 자세하게 그렸다 한다.
복식, 의상, 악대구성 등 귀중한 궁중의 역사자료여서 더욱 감명 깊다.
마치 내가 말을 타고 임금님의 행차를 뒤따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왕조의 위엄과 신하들의 질서를 장엄하게 표현하면서도 낙천적이고
자유분방한 인물이 잘 묘사되어 있어 실제상황이 연상되었다.
수표교로 내려왔다.
수표교는 세종대왕께서 다리 옆에 개천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해서
수표석(水標石)을 세우면서 불리게 되었다 한다.
돌기둥에 척(尺)·촌(寸)·분(分) 등 눈금을 새겨 흐르는 물의 높이를
측정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수표석이다.
수표석은 청계천 복개공사 때 장충단공원으로 옮겨 보존하고 있어
이곳에선 볼 수 없었다.
측우기를 만들어 강우량을 쟀고, 수표석을 새워 개천에 흐르는 물을 조사해서
가뭄과 홍수에 대비했으며, 백성이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살폈다.
가뭄이 계속될 때엔 백성들을 위한 기우제도 지냈다는 기록을 보면
세종이 얼마나 백성을 위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한글 창제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에도 탁월한 관심을 가졌던 역사상
위대한 임금이었다.
당시 말 시장이 있었다는 마전교(馬廛橋)를 지나 14번째 다리인
오수간교로 내려왔다.
약 3km를 걸었다. 청계천은 버들치와 피라미들이 숨바꼭질하며 놀았고
하류 쪽에는 유속이 느리고 물의 양도 많아 붕어와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버드나무와 갈대가 자란다.
빌딩 속에 자리한 친환경 쉼터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바람을 쐬고 앉았는데 비둘기가 내려와
아장아장 걸어간다.
나뭇가지에도 까치가 날아왔고 참새가 푸드득거리며 먹이를 찾는다.
생태환경이 좋은 이곳은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서울의 새로운 자랑거리가 된 청계천이다.
전국적으로 복개천이 많은데 이곳처럼 친환경적 장소를 복원시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청계천을 나와 동대문역에서 다시 지하철을 탔다.
유치원에서 손자를 만나 고사리 손을 잡고 걷는 마음은 마냥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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