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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올케/왕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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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6회 작성일 17-12-3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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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올케

왕미례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들과 한바탕 질퍽한 수다를 풀어 헤치고 나오니
비가 내린다.
아침 뉴스에서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고 들었음에도 준비성 없는
어리바리 잊었다.
좀 맞아 볼까? 기다릴까.
하늘을 쳐다보며 고민하고 있는데 핸드폰 벨 소리 요란하다.
현미∼다. 잘 지내시냐는 안부 전화. 저도 바쁘면서 전화를 하다니……
시골 살이 고달프다는 이유로 한동안 잊고 지내 미안하고 가슴이 아리다.
나보다 훨씬 기럭지 짧은 그녀, 한 152센티 되려나? 그녀는 조그맣고 귀엽고
마음이 엄청 착한 여자다.
내 기준에서 본 그녀의 이목구비는 한눈에 쏙 들어오는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봐 줄 만하다.
웃는 얼굴이 엄청 예쁜데 입을 꼭 다물고 있으면 완고한 모습이 차고 넘친다.
순해 보이면서 고집스러운 묘한 얼굴,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지중해의 햇살처럼 잔잔하게 빛나는 깊고 맑은 눈, 빗어놓은 조각같이
높다란 코는 아니어도 지적인 면이 다분해 보이는 적당한 코. 품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몸집이 그냥 안아주고 보호해 주고 싶은 그런 여인이다.
어쩌다 한번 그녀의 집에라도 갈라치면 작지만 재빠른 동작으로
동동 구슬 구르듯 움직이는 그녀의 분주한 손놀림과 몸짓이 마치 동화 나라에
온 듯 착각을 일으킨다.
식탁에 앉아 우두커니 그녀를 보노라면 절로 미소가 나온다.
“현미야 쉬었다 해” 라고 말을 건네면, 그녀는 조막만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으며 낮은 목소리로 다소곳이 말한다.
“아니에요~ 구시렁구시렁……”하면서도 우물쭈물 수줍어하는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내 눈가에도 실없이 주름이 생긴다.
현미가 누군가 하면 내 손아래 올케다.
손아래 올케라고 함부로 이름 불러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 허물없이
친근해서일까?
그녀를 부를 때면 언제나 서슴없이 이름이 먼저 나온다.
그녀가 올해로 몇 살이던가? 아마 쉰 넘은 지 몇 해 되지 않았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내게 영원한 20대 아리따운 처녀로 보인다.
내가 그녀의 호칭을 [현미야]로 부르면 그녀는 제가 무슨
내 남동생이라도 되는 양 '누님'으로 부른다.
하긴 나 역시 큰 시누이를 칭할 때 아직도 누님이라 부르니 뭐라고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여튼 천성적으로 물러터진 성격인지라 깐깐한 시누이 노릇을 못 하는지
몰라도 이상하게 그녀가 속상해하면 내 마음이 아프고, 호수 같은 깊은
눈에서 눈물이라도 그렁그렁 고일라치면 내 속은 이미 문드러져 버린다.
마치 내 자식 같아서……
그런 그녀는 내가 ‘무조건 사랑’해도 될 충분한 여인이다.
전라도 출신 여인답게 음식뿐만 아니라 살림도 어찌나 야무지게 잘하는지
어디 그뿐인가? 새끼들 교육은 얼마나 잘 시켜놓았는지 두 아이 모두
애교 만점에 정이 넘쳐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게 키웠다.
녀석들이 공부도 꽤나 하는지라 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했다는
과학고나 일류대를 학원도 다니지 않고 척척 들어가는 것이 아무래도
우리 집 머리를 닮지 않고 외가를 닮은 것 같다.
이런 그녀의 뒷바라지 알만하니 이 또한 예쁘지 않을까?
그녀는 내게 샐샐 거리며 애교부린 적도 없는데 걔한테 처음부터
점수도 후하고 관심 있어 한 것은 그녀가 처녀 적 옆집에 살아서도 결코 아니다.
그녀의 순수함, 인정 많고 수다스럽지 않은 겸손한 태도, 검소함이
몸이 배인 수수한 차림 등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살림 못 하는 손녀 못 믿어 시집올 때 따라오신 할머니께서
현미를 손자며느리 삼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시더니 아니나 다를까,
남동생 녀석이 평소 할머니 소원을 머리에 담아두고 있었는지
아니면 오가며 곁눈질로 그녀에게 관심 있어 한 것인지는 몰라도
어느 날 보니 둘이 정분이 나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쬐그만 지지배……암튼 귀여운 여인이다.
중요한 것은 이상스럽게도 처음부터 걔가 안쓰러웠다.
어리바리 동생 놈에게 반한 것이 현미 그것의 고생길 시작이라는 것을
알기에……멍청하고 바보 같은 지지배, 사랑이 뭐기에 뭐하나 빠질 것 없는
똑순이가 전형적이고 보수적인 막둥이 만나 생고생을 시작한 것인지……
막내며느리로 들어왔음에도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져 먼저 간
큰 올케와 둘째 오라비 따라 해외로 날아간 지 20년 넘어 재외동포 된
둘째 올케 대신해 시집온 지 몇 해 빼고 줄기차게 맏며느리 노릇까지
도맡아 하고 있으니 걔 팔자도 참 불쌍했다.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녀가 올케가 아닌 진짜 내 사랑하는 친동생이란 생각과 어쩌면 전생에
애틋한 모녀지간이지 않았을까? 하는 ……
“현미야! 기다려라. 내 로또 복권하나 사서 당첨되는 그 날부터
네 팔자 확 바꿔 놓을 테니”라고 실없는 큰소리 허공에 질러본다.
신랑한테도 말하기 멋쩍은 한마디 더 “사랑한다! 현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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