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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아리랑 김치 쓰리랑/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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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1회 작성일 18-01-0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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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아리랑 김치 쓰리랑

임두환

청명한 가을의 끝자락이다.
내 고장 전주공설운동장에서는 ‘막걸리 넘칠 때 김치 꽃피다.’라는
슬로건 아래 11월 4일부터 5일까지
‘제2회 막걸리아리랑 김치쓰리랑‘ 축제가 열렸다.

이 소식을 접한 나는 괜스레 마음이 설렜다.
축제슬로건에서 호기심이 발동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막걸리하면 들고는 못 가도 배에 채워갈 수 있는 나였기에,
몇몇 친구를 꼬드겨 축제장을 찾았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상설무대에서는 충청남도 논산에서 출전한
‘당산작두굿놀이’가 절정을 이루고 있었고, 한쪽 모퉁이에서는 품바와
각설이타령이 관중의 배꼽을 빼고 있었다.
주변 103개 부스(booth)에서는 전통막걸리와 김치를 활용한 음식들이 즐비했다.
전주는 맛과 멋의 고장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에서
음식창의도시로 인정받은 곳이다.
전주막걸리문화는 단순한 음주문화가 아니다.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다채로운 한식 안주가 나오는 곳이 바로
전주가 아니던가?

막걸리는 한국의 음식문화와 우리의 생활문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쌀로 대표되는 한국농경문화의 공동체정신을 표출하는 수단이었고,
한 많은 민중들의 애환을 해학으로 승화시킨 촉매제였다.
요즘에는 과학적으로 막걸리유산균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으니,
이젠 마음 놓고 권장할만하다.
엊그제 TV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막걸리 붐이 일어나 창
업하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가 방송되었다.
쌀을 주재료로 하는 막걸리가 세계시장으로 진출한다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쌀 농가의 시름이 한풀 줄어들 게 아닌가?

어린 시절, 우리 집에 큰일이나 명절이 닥칠 때면 할머니께서는
어김없이 막걸리를 담그셨다.
멥쌀을 가마솥에 찐 다음 수분을 건조하면 고두밥이 되었다.
여기에 누룩과 물을 섞고서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씌워 며칠 간
재우면 발효가 되어 거품이 일어났다.
어느 정도 됐다싶으면 청주를 떠내지 않고 걸러 짜내면 막걸리가 되었다.

내가 어렸을 적, 장날이면 어쩌다 한 번씩 할머니를 따라나섰다.
할머니는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으레 주조장(酒造場)을 찾았다.
들어서자마자 입구에는 큰 술독에 막걸리와 자루바가지, 왕소금이 놓여있었다.
할머니는 목마른 듯, 두 세 바가지를 들이키고는 나한테도
한 모금 마시라고 했다.

“할머니, 배고프면 국수를 사먹어야지 왜 막걸리를 마셔?”

“막걸리는 배도 부르고 기분이 좋단다.”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하니 그 말도 일리(一理)는 있지만,
돈이 아까워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또한, 옛날에는 김치냉장고가 없다 보니 초겨울에 김장을 했다.
무와 배추를 다듬고, 절이고, 씻다 보면 손발이 얼어서 오리발이 되었다.
동네아낙들은 많은 김장을 하면서도 고생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 때만 해도 3대(三代)가 한 집에 살던 터라, 김장김치는
한겨울의 양식이었다.
아낙들은 김장을 마친 뒤에야 한 해 일을 끝냈다며 발을 뻗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막걸리아리랑 김치쓰리랑 축제’ 한마당에는 한문화예술단 나눔
콘서트를 비롯하여 전통막걸리와 김치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놓았다.
‘막걸리전시관, 막걸리역사관, 김치 명품관, 김치 체험 관이 있었고,
행사로는 얼씨구절씨구전국노래자랑, 막걸리김치백일장대회,
전주공예품체험전 등이 멋과 맛의 고장, 전주를 알리고 있었다.
막걸리전시관에는 천지주가 ? 천둥소리 ? 남원막걸리 ? 완산벌막걸리 ?
장수번암막걸리 ? 진안홍삼막걸리 등 11종이 얼굴을 내밀었다.
김치진열관에는 포기김치 ? 총각김치 ? 열무김치 ? 백김치 ? 갓김치 ?
막김치 ? 깍두기 ? 겉절이, 등 20종이 진열되어 입맛을 돋우었다.

이번 행사는 맛과 멋의 도시인 전주에서 서민의 술이요,
우리의 어머니가 빚었던 술이며, 뚝배기에 마셔야 제 맛이 나는 전통막걸리에,
맛깔스러운 김치까지 어우러진 축제였다. ‘
막걸리 넘칠 때 김치 꽃피다’는 슬로건 아래 우리 한식문화가
내 고장 전주에서 활짝 꽃피고 있어서, 자부심이 들고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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