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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그 다정한 나의 벗/윤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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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17회 작성일 18-01-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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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그 다정한 나의 벗

윤재석

누구에게나 벗은 있다.
어떤 벗이 좋을까.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유익한 벗을 원하는 것은 모두의 바램이다.
벗은 사람에게서 사귈 수도. 자연에서 택할 수도 있다.
엄한 스승과 벗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
나는 붓이란 벗을 만나 노후를 보낼 마음으로 이를 선택했다.
언제나 옆에 있고 시기와 질투, 원망과 비방을 하지 않으니
연인 같은 벗으로 삼았다.
붓은 붓대와 짐승의 털로 만들어진다.
붓대는 주로 대나무를 사용하며, 큰 붓을 만들 때는 참죽나무로
만든 각통을 사용한다.
짐승의 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노루의 겨드랑이 털과
족제비 꼬리털을 주로 사용한다.
특수한 붓에는 말이나 산돼지 털을 쓰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붓의 크기와 쓰임새에 따라 종류도 많다.
붓을 처음 만나기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다.
부모님께서 가르치려는 열성이 대단한 분들이셨다.
낮에는 학교로, 저녁이면 서당으로 공부하러 다녔다.
서당에서 사자소학四字小學을 배웠다.
일찍 학원에 다닌 셈이다.
학교에서는 가끔 놀기도 하는데 서당에서는 꼼짝 못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아버지께서 으레 서당으로 오셨다.
서당 훈장님과 친구 사이셨다.
토요일 일요일은 서당에서 붓글씨를 쓰고 한자를 익혔다.
인생세간 불학우매人生世間不學愚昧 즉 사람이 태어나서
배우지 않으면 어리석고 멍청하다는 뜻이다.
사람은 배워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기억에 남는 글귀다.
직장에서 다시 붓을 잡게 되었다.
집에서 가사를 돌보다 군대에 갔었다.
30개월이 만기 제대인데 1개월은 덤으로 더 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124군부대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사건으로 온 나라가 뒤집혔고, 군복무기간이 늘어난 탓이다.
직장에 들어와 근무하던 어느 날, 창문 밖의 노인 모습을 보았다.
사람이 항상 젊게 지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얼마 흐른 뒤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무엇을 준비할까 하다 내가 잘 아는 붓을 벗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4살 때 잡던 붓을 26년이 지나 다시 붓을 잡은 것이다.
처음 붓을 잡던 때와 같이 초보는 아니지만 붓에 대해 감각이 서툴렀다.
일찍 시작할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직장에는 여러 동아리가 있었다.
바둑. 서예, 볼링, 축구 등 많았다. 자기의 취미에 맞는 동아리를 찾아 활동했다.
내가 서예를 택한 것은 나름대로 잘한 일이었다.
바둑은 상대가 있어야 하고 승부가 있어서 자칫하면 좋은 사이를 상할 수 있다.
낚시나 등산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 혼자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붓만 한 벗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말에 벗에는 유익한 벗과 손해 되는 벗이 있다 했다.
유익한 벗이란 정직하고 믿음직스럽고 성실하며 견문이 넓은 사람이라 했다.
손해 되는 벗은 앞에서 아첨 잘하고 부드러운 척하는 사람 그리고 말만
잘하는 사람이라 했다.
무릇 벗을 사귐에 교훈으로 새겨둘 일이었다.
정직하고 믿음직스러우며 견문이 넓은 벗이라면 사귈만한 벗이 되리라.
시기와 질투가 없는 벗이 있으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윤선도는 자연에서 물, 돌, 달, 소나무, 대나무를 벗으로 삼았다.
물은 도량이 깊고 넓어 수용의 자세가 있고, 돌은 풍우에도 변함 없으며,
소나무는 서리와 눈 속에서 창창한 빛을 잃지 않고,
대나무는 속은 비어 있어도 꺾일지라도 굽히지 않으며, 달은 남녀
귀천을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밝은 빛을 준다.
넓은 도량과 과묵하고 비바람과 풍우에서도 변함 없고 귀천을 따지지 않는
벗이라면 어찌 좋은 벗이 아니랴.
변함없고 유익함을 주는 벗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리라.
붓은 누구를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는다.
내가 붓을 좋아하는 데는 항상 그 자리에 있고 기다려 준다는 점이다.
대개는 벗이 먼저 해주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품앗이라고들 말한다.
새겨보면 맞는 말이다. 무엇을 이루려면 노력을 해야 하고 받으면 주어야 한다.
붓은 바라는 점이 없다.
이 벗은 아무리 오래 같이 있어도 짜증내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궁금함이 있어 밤중에 찾아가도 불평 한마디 없다.
오히려 이왕 온 김에 자기 허리를 꽉 잡고 놀고 가란다.
자기도 때로는 혼자 있기가 외롭단다.
아무 때나 찾아와도 반갑게 맞아 주는 벗. 붓이 연인처럼 좋았다.
붓은 연인처럼 가깝고 친한 벗이 되었다.
붓을 벗으로 하고 붓글씨 공부를 하면서 항상 가까이 하니,
좋은 글귀나 명시名詩를 자주 대하게 된다.
그 안에서 얻은 양식良識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됨을 알았다.
좋은 글씨를 바란다면 연인처럼 가깝게 지내야 좋은 글씨를 쓸 수 있단다.
어느 벗이 이처럼 연인 같으랴. 약속 없이 찾아가도 미소로 맞아
주는 벗이 있으니, 마음이 여유롭다.
그는 어느새 나의 연인이 되었다.
옛사람들은 붓을 필기도구로서 문방사우文房四友 중 하나라 하여 중하게 여겼다.
먹, 붓, 종이, 벼루, 이중 한 가지만 없어도 제구실을 못한다.
지금은 붓글씨 쓰는 사람이나 그림 그리는 사람 이외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붓을 전문으로 만드는 사람을 명장名匠이라 하여 국가에서
지원하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이 쓰던 필기도구로 전통을 이어가려고 그럴 것이다.
붓은 유익한 벗이다.
정직하고 신실信實하며 붓글씨로 인해 성현의 좋은 글귀로 나를 깨우쳐 준다.
시기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으니 좋다.
아무 때나 찾아도 짜증내는 일이 없다.
연인처럼 가까이 지내기를 바란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니 이처럼 좋은 벗이 어디 있으랴.
며칠 찾지 못한 일이 있어도 서운해하거나 토라지지 않는다.
이런 벗을 만나니 나 또한 즐겁다.
붓을 벗으로 하여 자족을 배우고 있다.
하얀 화선지에서 붓과 함께 놀다 보니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다.
엄한 스승과 벗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벗은 스승과 같다는 말일 것이다.
벗에 대해 많은 고사나 일화가 있다.
벗이란 좋은 일 궂은일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벗의 잘못을 보거든 충고해 주는 사람이 좋은 벗이라 했다.
이러한 벗이 얼마나 될까.
나를 돌아보게 하는 말로 여겨진다.
내가 붓을 벗으로 고른 것은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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